<코딩 몰라도 됩니다>
저는 책을 만들 때, 항상 책의 핵심 독자를 먼저 생각하고 그 사람이 이 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드는데요. 이번 도그냥님의 <코딩 몰라도 됩니다>를 편집하다 보니 문득 이 책의 핵심 타겟이 저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출판사에서만 일해 온 천생 문과생인데요. 제가 있던 출판사는 IT와 접점이 없는 IT의 정반대에 있는 회사였어요. 그런 제가 탈잉이라는 IT기업에서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제 일이야 원래 하던 일의 연속이었으니까 하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지 모르겠는거예요.
예를 들어 출판사의 마케팅과 IT 기업에서 하는 마케팅이 다르잖아요.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그로스마케터'를 만나도 그분이 어떤 일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엔 '프로덕트'가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코딩 몰라도 됩니다>를 읽고 나서 그런 용어나 직무에 대해서 알게 되고 비로소 탈잉을 이해하게 되었죠.
저를 IT알못에서 당당한 IT 회사원으로 만들어준 도그냥님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 <코딩 몰라도 됩니다> 편집 담당자 한농님
저는 이커머스 서비스 만드는 일을 11년째 하고 있는 문과생 출신 서비스 기획자 이미준입니다.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도그냥이라는 이름으로 글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었고, 이번에는 서비스 기획에 대한 내용이나 이커머스에 대한 내용보다 좀 더 넓은 독자분들을 만날 수 있을 만한 책으로 인사드리게 됐어요.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세요. 사실 중학생 때 아무 생각 없이 지었던 아이디를 그냥 온라인 활동하면서 계속 쓴 거예요. 간혹 개인 브랜딩 용으로 생각해주시지만 사실 저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이 시작했던 거거든요. 이걸로 대성공해야지 이런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쓰다 보니 원래 쓰던 아이디를 그냥 쭉 쓴 것 같아요.
부담스럽게 막 무슨 서비스 기획 최강자 이런 건 아니니까 (웃음) 그냥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편안한 사람 중 하나죠.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가 마케터나 영업, 개발자, 디자이너에 비해 명확하게 알기 어려워요. 그래서 평소에 같이 일하다가도 무슨 일 하는 직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고민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기획자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기획자가 그냥 잡일을 한다고 말하기도 하거든요. 회사 외부에서는 포스트잇을 유리창에 붙이고, 거기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뭔가를 만드는 게 서비스 기획의 전부인 줄로만 아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서비스 기획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그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데요. 우선,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가 개인 격차가 심하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가 스탠다드다라는 것을 설명해주면 좀 더 주니어들이 빨리 올라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대기업에 있을 때 매년 2~3명씩 계속 후배가 들어오는 데, 매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부딪쳐야 하는 괴리가 똑같은 거예요.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서비스 기획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그전에도 서비스 기획에 관한 글은 있었지만 대부분 외국 아티클이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현장을 반영한 아티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했던 거고요.
나중에 외부 강의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깨달은 게, 스타트업은 아예 신입사원을 안 뽑더라고요. 대부분 2~3년 차를 원하는데 그 2년을 채울 데가 아무 데도 없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2~3년 차의 진정한 뜻은 정말로 2년 일한 사람이 아니라 오자마자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채워줄 방법들을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다들 바쁘셔서 그런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서비스 기획이 머리 쓸 일이 많아요. 대화도 많이 해야 하는 직무다 보니까 퇴근하면 지치고 야근도 많은 직무이고요.
저도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활동하면서 얻은 즐거움들이 많았어요. 일하는 근본적인 이유라던가 스스로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정리가 되죠. 그리고 직무에 대해 설명하려면 내가 이걸 왜 하는지를 설명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스스로도 성장이 됐어요.
네 맞아요. 그래도 이제는 서비스 기획을 하려는 친구들은 서비스 기획이 뭔지 알더라고요. 그래도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고 개발이랑 소통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디자이너랑 무엇을 조율해야 하는 것도 알고, 미니 CEO 이런 단어도 어디서 많이 듣고 오더라고요. 그런데 문과생 전체로 파이을 넓혀보면은 여전히 IT 기업의 직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채로 들어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책을 쓰게 된 계기였죠.
제가 경제 경영서를 좋아해서 많이 보는 데요. 보통 굉장히 전략가의 입장에서 '기업은 이렇게 가져가고, 이러한 개발자들을 성장시켜야지 회사가 성공한다.'는 식의 책이나, 그냥 개발 가르쳐주는 책, 아니면 비즈니스 얘기만 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렇죠. 보통 라이브 커머스에 관한 책이면 라이브 커머스의 배경, 풀필먼트에 대한 책이면 풀필먼트 배경에 대해서만 알려주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에 가서 일하게 되면 이것도 하게 되고, 저것도 하게 되고 넓은 범주를 다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이커머스 전반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실무에서는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네 맞아요. 원래 선정된 글은 <이커머스 기획자의 사고 여행>이였는데, 그 글은 실무에 가까운 내용이고 엄청나게 디테일했어요. 탈잉 브런치 상을 받게 되면서, 강의도 하고 책도 내야 하는데 강의를 하기에는 그 내용이 적절하지 않은 거예요. 왜냐하면, 탈잉의 유저는 주로 직무에서만큼은 초급이나 입문자들이 많고, 다른 베이스를 가진 분이 가볍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무 자세한 실무 내용으로 접근하기에는 안 맞는다고 판단했어요. 저도 기획자다 보니까 이런 게 보이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탈잉 매니저님하고 상의했어요. '제가 고민을 더 해봤는데 조금 더 넓은 범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 이커머스 기획에 대해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이커머스에서 일하는 것에 있어서 문과생들, 비개발 직군이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 지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해보자' 그래서 처음에 가제가 이커머스 기업 온보딩이었어요.
이전에 출판했던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은 정말로 서비스 기획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두 줄의 요구 사항이 기획과 개발이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과정을 따라서 가는 책이에요. 그러니까 실무에 가까운 내용의 책인데,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못 담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내 직무만 안다고 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자기 직무가 그 안에서 어떤 것인지 알고, 자기 일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그리고 개발에서 제약사항이 있을 때, 그 제약사항 내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낼 줄 알죠.
그러니까 일을 잘하려면 회사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이번에 출판한 책의 제목이 <코딩 몰라도 됩니다>인데, '코딩을 몰라도 되는데 시스템은 알아야 해'라는 게 핵심 메시지예요. (웃음)
제가 대기업에 있을 때 당시 몇 년 뒤에 트렌드가 될 만한 이커머스를 찾아보라는 회사 팀 미션이 내려왔었거든요. 그래서 누구는 아마존의 현재 모습을 조사하고, 누구는 기술의 트렌드를 보고 다 다른 방식으로 조사했는데, 저는 역사학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만의 특이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정리를 시작했었던 거였죠.
실제로 역사를 정리하고 나니까, 지금 보면 의미 없는 데 남아있는 기능들이 어느 시점에 왜 만들어졌는지 눈에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가격 비교해서 상품 상세 페이지로 들어가는 것이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높거든요. 그러면 이 루트는 왜 생겨났고, 왜 중요한지 이런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죠.
이런 것들을 공부하면서 서비스 보는 눈이 커지고 다음에는 어떤 것이 중요해지겠다는 것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도 조금이라도 역사를 훑고 가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넣게 되었어요.
경제 경영서를 그냥 읽게 되면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는 지 모르니까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먼저 제 책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책을 보시면 훨씬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저는 이 책이 이커머스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이커머스를 알고 싶은 사람이 보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커머스 쪽으로 이직을 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지 하는 궁금증에도 간단한 힌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의가 줄 수 있는 것과 책이 줄 수 있는 것은 확실히 경향성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잘 준비된 강의라도 시간 관계상 이야기를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요. 반면 책에서는 강의에서처럼 인토네이션으로 강조점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그리고 강의와 책을 병행하면 큰 장점이 있는 데요. 자기가 하는 이야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파악할 수 있어요. 저도 강의하기 전에는 제가 하는 말이 너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강의를 시작하고 보니까 수강생 입장에서는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강의하고 QnA받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파악하게 되면 책을 쓸 때 보강할 수 있는 거죠.
칭찬 일색인 피드백이 너무 기억에 남고요. (웃음) 누가 시켜서 쓴 것도 아닌데, 대학생들이 막연하게 네카라쿠배에 가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이 강의를 꼭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장문으로 리뷰를 남겨 주신 분들이 많아요. 그런 걸 보면서 사람들도 이런 강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서비스 기획에 관련된 글을 보면 이상적인 형태의 어떤 것을 해야 한다. 우리 직무는 무엇이고 그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많아요.
반면 제 글들은 감정이 많아요. 서비스 기획을 하면서 실제로 느꼈던 고민 포인트가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서 서비스 기획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이제 개발자와의 대화를 솔직하게 담죠.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고 나는 이렇게 말했는데 이 둘이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 합의를 봤고 내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를 배웠다. 아니면 타 직무에서 정리가 하나도 안 된 상태로 일을 넘겨줘서 내가 화를 냈다. 이런 글들을 쓰거든요.
그런데 어느 회사나 다 이상적이고 아름답게 일하는 게 아니니까 공감되는 내용일 거예요. 실제로 며칠 전에 제가 쓴 글의 리뷰를 봤는데 '나만 똥멍청이가 아니구나'라고 쓰셨더라고요.
제가 취준생이던 시절에 직무 선택하는 게 너무 난감한 거예요. 처음에는 마케팅을 쓸까 고민했고, HR은 나쁘지 않다 정도, 영업은 죽어도 쓰기 싫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때 기획이라는 단어에 엄청나게 꽂혀 있었거든요. 뭘 기획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기획은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UX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난 무조건 UX 기획하는 곳을 가야겠다 해서 UX 기획이 있는 회사들을 찾아 쓰기 시작했어요.
물론 수도 없이 탈락했었어요. 그런데 탈락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네이버 인턴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준비해서 간 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 없이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때는 내가 발표를 못 해서 떨어졌나보다 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이해가 없으니까 당연히 떨어진 거였죠.
그때는 명확한 이해를 도와주는 자료가 없었거든요. 단지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했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회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착각했었죠. 사실 하나도 모르는데 (웃음) 그런데 회사 가서 보니까 그 조직이 해야 하는 일들이 다 목적이 있는데, 대학교 때는 기능적으로 보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게 많이 아쉬워요.
저는 전형적인 공채 과정을 겪고 입사를 한 게 아니에요. 인턴으로 들어가고, 대표님 면접을 보고 공채로 전환된 케이스라서 만약 공식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떨어졌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서비스 기획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으니까요.
당시에는 컨퍼런스도 가보고, 블로그 활동했던 것들 다 끌어모아서 서비스 UX 기획한 거라는 식으로 포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회사에 가자마자 깨달았죠. 내가 그거 하러 온 게 아니었구나, 배너 어디에다 붙일 지도 개발자랑 수십 번 이야기해야 하는 건데 내가 몰랐구나. 그때부터는 그냥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처음엔 많이 물어보고 많이 깨지고 했던 것 같아요. 1년 동안 다양한 일을 닥치는 대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성장하게 된 거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니까 많이 늘더라고요.
결국에는 일단 현실에 부딪혀봐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거네요?(웃음)
그런데 그건 있어요. 그때는 현실에 부딪히더라도 내가 어디에 부딪혔는지만 알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내 후배들은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 생각이 지금 제가 활동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루틴을 중요시하고 매번 똑같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인데, 서비스 기획은 하루하루가 달라서 잘 맞았어요.
매일 매일이 다르고, 힘드니까 그만큼 성장하고 아는 게 많아지는 것이고, 볼 수 있는 범주가 넓어지기 시작하니까 또 새롭고, 저로서는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과거 마케팅이나 영업에서 할당량이나 목표를 채우는 방식을 보았을 때,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식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서비스 기획이나 PO(Project Owner)도 매출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매출 외의 정성적 지표들도 많이 가져가거든요. 그런데 영업이나 마케팅을 보면 즉각적인 매출이나 전환율에 대한 지표를 오퍼레이션을 통해서 만들어야하니까, 조금 더 호흡이 길고 프로덕트 개선을 통해서 움직이는 서비스 기획이 훨씬 낫겠다라고 생각하죠. (웃음)
예전에는 이것저것 얘기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냥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방향성은 최소 2022년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많이 정리해서 퍼뜨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특히 이커머스에 관련해서 20년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형태가 있고, 여기에 새로운 게 추가되는 형태예요. 그래서 20년 치를 안 보고 오늘날 것만 보게 되면 이해도가 얕을 수밖에 없어요.
그럼 누군가 20년 치를 요약해주면 사람들의 이커머스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중에 누군가 좋은 걸 만들어 내면서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네 있어요. 대기업에서는 조직이 구조적인 기반이 되어 있어 폭포수 방식으로 일했어요. 그리고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과 전략 기획의 역할이 철저하게 구분돼있어요. 물론 저는 전략기획 쪽으로 직무가 변경됐었던 경험이 있긴 하지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서비스 기획이라는 실무로 생산을 해내면서 전략적인 부분까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 거죠.
그리고 대기업에 있을 때 그 기업 입장에서 수백억대의 비용을 투자해서 해야만 했던 일들은 거의 참여했었고, 더 이상 그 회사에서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물론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건 아니지만, 성공했든 실패했든 구조적인 면에서는 유사하기 때문에 좋은 학습이 되었죠. 이제는 학습보다는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 책이 나왔을 때, 저의 대기업에서 경험을 기반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PO(Project Owner)나 PM(Project Manager), 실리콘밸리 방식을 지향하는 곳에서는 제 책을 클래식한 서비스 기획 방식이라고 보셨어요. 제 책을 보고 PM(Project Manager), PO(Project Owner)에 대한 경험치가 없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죠. '그래, 그럼 내가 대기업에서의 서비스 기획과 스타트업에서의 서비스 기획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환경을 바꿔야겠다.' 그래서 환경을 바꾼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을 잘 체감하게 되었고 성장하는 기회가 됐어요.
그렇게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이직하고 나서 다른 환경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랑 섞이고 그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내가 일하는 방식을 비교하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스펙트럼이 넓어진 거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문과생이라고 쫄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문과생이라고 해서 IT를 이해 못 하는 게 절대 아니고요. 엑셀로 VLOOKUP 할 수 있는 정도면 IT랑 어떻게든 소통하실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먼저 겁먹고 '나는 IT는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겁이 난다면, 내가 어떤 직무를 하면 좋을지를 전반적으로 훑어보면서, 자신의 편견 속에 있는 직무가 아닌 진짜로 하는 일을 기준으로 고민해보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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