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나에겐 음악과 관련된 아주 개인적이고 유구한 역사가 있다. 태교 음악부터 모차르트가 아닌 정통 K-POP이었으니. 한창 가수를 좋아하던 학창 시절에는 매주 금토일마다 방송사별 음악 방송을 챙겨 보는 것이 학교 시간표보다 중요한 스케줄이었다. 하도 음악을 듣다 보니 나도 당연히 그 가수처럼 잘 부를 수 있을 거라 자신한 적도 있었다. 가창 시험에서 제일 낮은 점수를 받고서야 정신 차렸지만. 남들은 노래가 가장 무난한 개인기라던데, 나에게는 아니었다. 문제의 가창 시험 이후엔 노래방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특히 방음이 절대 되지 않는 오락실 노래방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널리고 널린 보컬 트레이닝 영상을 따라 해 봐도 녹음해서 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민망함이 몰려왔다. 내가 들어도 나아진 것 하나 없이 아주 별로였기 때문이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날 때부터 케이팝을 서라운드로 시청각 학습한 나는 왜 안될까? 도대체 내 문제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을 때, 탈잉에서 만난 엠투엠 정진우가 나에게 '너는 숨 쉬는 것부터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예? 제가요?
노래는 타고나야 잘 부르는 거 아닌가요?
타고나는 거 아니에요. 한 마디로 말하면 시작이 잘못된 거예요. 우린 학교 음악 시간에 주로 피아노나 리코더를 배웠어요. 아무도 노래를 제대로 부르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죠. 그런데 그냥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거예요. 운이 좋게 소리를 편안하게 낼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수의 고음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고음을 따라 하려고 해요.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합니다. 고음을 내려고 힘을 주는 거죠. 힘을 주는 순간 목은 닫혀요.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금 내 귀에 들리는 말하는 목소리를 내 목소리라고 착각해 버리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 게 문제군요.
사실 전문 장비가 없는 이상 내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노래를 잘못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아무도 바로 잡아주지 않아요. 그 상태로 이제 10년, 20년이 지나고 스스로를 노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버리죠. 노래 잘하는 사람들에게 '타고났네'라고 말하면서 자기 위안을 하고, 포기하는 거예요.
Part 1. 긴장하지 말고, 몸에 힘도 주지 말고. 그래야 잘 불러요.
그럼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가장 먼저 센 소리에 대한 집착을 버렸어요. 오히려 힘을 빼고, 목을 더 연 채 불러봤는데 예전에 부르던 방식과 달라도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걸 확인했죠. 그다음엔 실시간 모니터를 많이 했어요.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부르면 귀에 바로 들리기 때문에 보다 제대로 확인할 수 있어요.
똑같은 음정을 세게도, 약하게도 내보고, 센 소리와 약한 소리 사이에 있는 무수히 많은 소리들을 다 내봤어요. 그러면서 다른 가수들은 소리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됐고요. 스스로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듣기만 해도 ‘저 가수는 저 정도의 힘을 쓰고 있구나’, ‘저 노래 못하는 사람은 지금 목을 닫고 밑으로 누르고 있구나’를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어렸을 때 제가 따르던 분이 노래를 잘하려면 결국엔 귀가 좋아야 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죠. 듣는 귀가 좋아지니까 소리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결국 귀와 목소리가 동시에 트이게 되는 거군요!
스스로 좋은 소리도 내보고, 약간 이상한 소리도 내보면서 확인하다 보니까 귀가 좋아지는 거죠. 얼굴에 뭐가 묻은 건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소리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기록해서 파악해야 해요.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소리가 나는 상황과 힘의 정도 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죠.
근데 다들 아실 거예요. 노래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거요. 핵심은 똑같은 잣대로 내 목소리를 파악하는 거예요. '그냥 부르는 걸로 만족할래, 느낌만 살릴래, 듣기 싫어'라고 현실을 회피하면 안 되죠.
아까 의도적으로 소리의 힘을 뺐다고 하셨는데, 막상 따라 해 보려니 쉽지 않네요.
저도 엄청 노력해요. 기본적인 습관과 본능을 참기 위해서요. 계속 거울을 보고 들으면서 천천히 시도해보고, 원래 습관이 나오면 바로 중단하고 처음으로 돌아가죠. 정말 엄청난 집중이 필요하고, 고독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이런 과정을 겪지 않으면 변화는 있을 수 없어요. 원래 늘 하던 대로만 계속하게 될 뿐이죠.
제가 말하는 거울은 진짜 거울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체크하라는 뜻이에요. 셀카를 찍을 때 실시간으로 잘 나오는 각도를 찾는 걸 생각해보세요. 소리도 실시간으로 지켜보다가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바로 멈춰야 해요.
그렇군요! 혹시 주로 연습하셨던 노래는 무엇이었나요?
김범수 형님을 좋아해서 타이틀곡부터 수록곡까지 모든 노래를 연습했고, 팝 중에는 브라이언 맥나잇의 소리를 따라 했죠. 소리를 정말 잘 내는데, 무작정 세게 내는 가수가 아니거든요. 연습하면서 ‘이전까지 나는 왜 이렇게 무식하게 소리를 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도 어릴 때 누가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주먹구구식으로 부딪혀왔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Part 2. 이미 가수였지만, 노래를 더 잘하고 싶어 연구했어요
어릴 때라고 하시면 가수 활동 당시겠네요. 2004년 데뷔하시고 2009년부터 엠투엠과 제이투엠 소속으로 활동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 가수를 꿈꾸셨나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가수의 꿈을 꾸다가, 고등학교 1~2학년 즈음 확실하게 가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데뷔를 하고 나니까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과 비교가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저는 악만 지르는 사람이었죠. 왜 이렇게 힘을 주고 악을 지르면서 노래를 불렀던 걸까, 지금 알고 있는 방법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좋은 가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엠투엠 활동 당시 튜터님! 센터에 계시네요!
노래를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어릴 때는 댐핑이라는, 아주 진하고 높은 소리를 낼 수 있고 파워풀하지만 간혹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알면 노래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야 힘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죠. 결국에는 듣는 사람의 귀와 마음에 편안하게 들어가는 소리여야 하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어떻게 부르든 남들이 듣기 좋으면 그만이고, 그게 바로 노래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전 그룹 생활을 했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한 노래 전곡을 혼자 불러봤어요. 첫 소절에서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저음은 별로고 고음은 소리만 지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때 딱 든 생각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나는 가수라고 자신 있게 말 못 한다' 였죠. 그렇게 가수 생활 막바지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어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대체 뭐가 다를까 계속 고민을 하고, 고민 끝에 원인을 파악했죠. 20년 동안 공부했고, 제가 배운 것들을 유튜브와 탈잉 클래스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이런 경험 때문에 수강생분들을 가르칠 수 있는 트레이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Part 3. 제 수업 듣는 동안엔 노래 부르지 마세요
그럼 보컬 트레이너 정진우로서의 강점과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성대만 다치지 않았다면 소리는 누구나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듣기 좋게 소리 내는 방식을 알려드리는 거죠. 그런데 이걸 제대로 알려드릴 수 있는 보컬 트레이너는 많지 않아요. 정말 안 좋은 케이스긴 한데, 두성이나 흉성처럼 전문 용어를 남발하면서 수강생을 현혹하기만 하는 트레이너도 봤어요. 사실 그런 단어들은 결국 우리 몸속에 이미 다 있는 거거든요.
저는 어려운 단어를 쓰기보단,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좋은 소리를 내고 있으니 이를 활용해보자고 알려드려요. 그러니까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를 때 몸의 어떤 부분에 힘이 들어갔더라?' 이런 걸 생각해서 응용하는 거죠. 사실 성대는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생겼어요. 그래서 각자에게 맞는 소리가 정해져 있고요. 그래서 본인에게 맞는 편안한 소리를 찾아가는 방식과 모창처럼 인위적으로 소리를 내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해드리죠.
제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각자에게 맞는 목소리를 찾아줄 수 있는 귀를 가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귀 좋은 건 1등이라고까진 말 못 하지만 10등 안에는 들 것 같아요. 좋은 트레이너 분들이 많지만, 저도 절대로 뒤처지지는 않을 거예요.
제 피드백을 받고 완전히 소리가 달라진 경우를 볼 때 정말 좋아요. 저에게 배우려는 사람들 중 95%는 제 말을 잘 듣지 않으시거든요.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당분간 노래를 멈추고 단단한 시작점을 찾아야 하는데, 하나만 알려드려도 '나는 정진우에게 배웠으니까 바로 노래해봐야지'라는 마음을 갖곤 하시죠. 절대 이러시면 안 되거든요.
반대로 제 말을 끝까지 믿고, 노래를 멈추고 제가 시킨 연습을 제대로 해서 서너 달 후에 달라진 노래 파일을 보내주실 때 굉장히 뿌듯해요. 제 유튜브에도 많이 소개해 드렸어요.
그러고 보니 유튜브에서도 보컬 트레이닝 콘텐츠를 볼 수 있는데, 탈잉 보컬 클래스는 무엇이 다른가요?
유튜브에서는 모든 걸 오픈하지 않아요. 모든 걸 오픈하면 그다음부터 제가 할 게 없으니까요. 제가 기존에 알려주던 방식은 100명 중에 50명 정도한테만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일단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한테만 도움이 되는 강의였다는 거죠. 소리 자체를 내지 못한다면 도움이 될 수 없어요.
이번에 탈잉에서 진행한 클래스는 이 점을 보완했어요. 발성 교정 협회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친구와 협업해서 100명이면 100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영상 자체에 심혈을 기울였고, 빈틈없이 만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탈잉 클래스를 들으면 좋을까요?
일단 첫 번째로 노래를 아예 못하는 사람이요. 노래방 가서 노래는 안 부르시고 박수만 치시는 분들이죠. 노래를 못하시는 분들은 소리에 힘이 없고 얇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스스로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약하고 얇은 소리를 가진 가수들도 많이 있답니다. 나는 안될 거야 하는 인식을 깨셔야 해요.
그다음에는 음정은 분명히 올라가는데 듣기 싫은 소음처럼 들리는 사람들이죠. 그 이유와 개선법을 클래스에서 특히 잘 설명해두었거든요. 마지막으로 타고난 목소리가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요. 이것도 잘못된 인식이에요. 누구나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노래는 눈에 안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습보다는 분명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큰맘 먹고 내가 노래를 하고 싶다는 본능을 접어두고 저를 따라 하시면 분명 변화는 생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면 내가 노래방에서 첫소리를 던질 때 다른 사람들이 분명히 나를 쳐다보면서 '우와'하게 될 거라고 확신해요.
저에게 배우는 동안은 노래 부르지 마시고요! 저만 믿고 꼭 꾸준히 연습하세요!
정진우 튜터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오픈과 동시에 탈잉 1위 클래스에 등극한 이유를 여실히 느꼈다. 앞으로 저도 김나박정(진우)를 잇는 보컬이 되기 위해 연습에 정진하겠습니다,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