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몸치에게 붙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별명은 ‘댄싱 머신’이다. 그리고 ‘댄싱 머신’의 주인은 바로 나다. 내적 흥은 누구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지만, 그 표현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마음보다 몸의 반응 속도가 미묘하게 느린 편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늘 뻣뻣하다거나 뚝딱거린다는 오해를 사곤 했다. 춤만 췄다하면 웃음과 핀잔을 동시에 받다 보니 송년회부터 신년회, 친척 모임까지 죄다 몰려있는 이 맘 때가 가장 큰 스트레스다.
요즘 유행하는 최신곡 하나만 배워두면 3년은 걱정 없겠지 싶어 안무 배우기 영상을 검색해봤는데, 세상에 어떻게 다들 한 번 보고 똑같이 따라 출 수 있는 건지. 0.8배속으로 배우던 안무를 원곡 속도에 맞춰 추려니 동작은 바로 꼬여버리고, 영상에서 눈을 떼면 아무 생각도 안나는 건 나만 이런 건지. 무대를 가로지르며 춤추고 노래하는 댄스 가수들에게 존경심이 생겨버렸다. 도저히 발전할 기미가 없는 나도 춤을 출 수 있을까?
저는 매일 제 클래스에서 인생 첫 댄스를 추시는 분들을 만나요. 제가 그분들께 항상 드리는 말이 있어요. “일단 움직여봐라.” 왜냐하면 춤은 타고난 사람만 출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누구든 배우면 춤을 출 수 있어요. 저희가 워킹을 배우지 않아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처럼요. 안 해봐서 어렵고 두려운 거예요. 처음엔 엄청 어색하죠. 거울로 보이는 내 모습을 제대로 못 볼 정도로요. 하지만 계속 움직이다 보면 근육과 뼈가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느낄 수 있어요. 방금 웨이브를 배웠다면, 다음 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출 수 있을 거예요. 웨이브 동작을 해보게 된 거니까요. 계속 반복해서 여러 동작들을 하다 보면 결국 몸에 익어요.
사실 춤은 머리로 추는 것이기도 해요. 무게 중심의 이동이나 순서 같은 것들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순서를 외우는 건 맨 나중의 이야기이고, 결국 몸으로도 해보면서 머리와 몸 둘 다로 익혀야 해요.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동작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무조건 될 수밖에 없어요.
만약에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더라도 본인이 잘하는 장르를 찾으면 돼요! 어떤 사람은 유연해서 부드러운 동작을 잘한다면, 다른 사람은 튕기는 동작처럼 딱딱하게 잡는 걸 잘하니까요. 본인이랑 잘 맞는 춤을 계속 공부하고 반복해서 추다 보면, 전문 댄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안무를 즐기면서 출 수 있는 수준까지 무조건 가능해요. 그러니까 절대 춤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일단 추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원데이 클래스가 춤을 배우기 너무 좋은 방법이에요. 학원을 등록하면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자주 보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한 달이나 두 달 이상 다녀야 하는데 바쁜 일정에 맞추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원데이 클래스는 체험에 가까워요. 내가 춤을 출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때 딱 한두 시간만 체험해보고 결정할 수 있어요.
일단 오셔서 배워보시면 그동안 걱정했던 게 싹 날아가요.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나처럼 뚝딱거리는구나' 하면서 엄청 용기를 얻게 되거든요.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되게 재미있어요. 같이 몸을 움직이면서 즐거운 음악도 듣고 하면 춤에 대한 애정이 듬뿍 생기죠. 절대 걱정하지 마시고 시간 맞을 때 춤추러 한 번 오시면, 제가 친절하게 관절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려드릴게요.
제가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해요. 왜 저에게 배우러 오실까, 저도 깊이 생각해봤어요. 제가 수강생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첫 번째는 친절한 수업이에요. 저는 친절하게 가르쳐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아마도 소개글이나 리뷰를 통해 제 마음이 잘 전달되어서 걱정 없이 저를 찾아와 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다양한 곡으로 클래스를 많이 열어요. 예를 들면, 최근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Hey Mama’ 댄스가 엄청 이슈가 되고 그 춤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가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저는 ‘Hey Mama’ 뿐만 아니라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왔던 다른 댄스 7~8개를 모두 가르쳐 드렸거든요. 사실 저처럼 하시는 분들이 많진 않아요. 바쁘시기도 하고, 어느 정도 수요가 있어야 수업을 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한 명이라도 춤을 배우고 싶은 분이 있으면 당장 내일은 못하더라도 다음 주, 안되면 다음 달에도 꼭 클래스를 열어요. 다른 곳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안무를 배울 수 있어서 저를 선택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들었던 말 중에 제일 웃겼던 건, 한 수강생 분이 제 관상을 보고 왔다고 하셨던 거였어요. 제 사진을 보고 '이 선생님이 인성이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셔서 오셨다는 거예요. 너무 감사했죠.
수강생 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었으면 해요. 그게 제 목표예요. 수강생 분들이 시간과 용기를 내서 제 클래스에 함께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을 무조건 행복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더욱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쑥스러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따로 챙겨드리면서 두 배로 긍정적으로 하려 해요. 준비한 안무를 100%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수강생님 오늘 다 잘하셨는데 95점이세요’ 이런 코멘트나 태도를 절대 보이지 않아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잖아요. 다행히 제 마음이 잘 전달이 되는 것 같아 좋네요.
사실 저 자체도 긍정적이긴 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그냥 어른들한테 인사 잘하고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렇게 말씀하셔서 큰 스트레스 없이 자랐거든요. 트러블을 정말 싫어해서, 튜터로 전향하기 전 직장을 다닐 때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누가 옆에서 싸우고 있으면 제가 나서서 말리곤 하는 성격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밝고 활기찬 클래스를 만들고 싶어요.
매 달 말일쯤에 한 달 스케줄을 짜고 있어요. 100% 수강생분들의 신청곡으로만 채우죠. 새로 신청곡이 들어왔는데 모르는 안무일 경우에는 카운트나 특징 같은 것들을 정리하고, 연습해서 안무를 외워요. 저는 매일 다른 곡을 수업하기 때문에 많으면 하루에 세 곡을 가르쳐 드리기도 해요. 안무가 너무 많으니까, 까먹지 않기 위해 수업 전날에 해야 할 안무를 복습하며 준비하죠.
이후에 수강생 모집이 완료되면 준비물과 장소 공지를 드리고, 제가 미리 시뮬레이션해본 대로 수업을 시작해요. 따로 영상 촬영반 등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해당 클래스에 맞춰 또 준비를 하고요.
처음 탈잉 클래스를 열었을 땐 제 체력의 적정선을 몰랐어요. 너무 많이 수업을 하다 보니까 관절이 아파서 다리가 안 펴질 정도였어요. (웃음)
그리고 점점 수강생분들이 많아지면서, 그룹 레슨을 했을 때 각자의 레벨과 니즈가 달라서 조금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일단 양적으로 많이 배워두고 집에 가서 따로 복습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시고, 당장은 조금 배우더라도 따로 연습할 필요 없이 완벽하게 외우고 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느리다 혹은 너무 빠르다, 너무 적다 혹은 너무 많다 이런 피드백을 동시에 듣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경험이 많이 쌓여서 모든 분들을 2시간 안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을 찾았답니다.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나 변경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요, 환불을 다 해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렵긴 해요. 사실 당일 취소 같은 경우에는 매우 곤란하기도 하고 원래는 환불이 안되는데, 어디까지 양해를 해 드려야 할까 고민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아무래도 첫 수강생님이에요. 지금도 그분의 이름과 나이가 다 기억나요. 탈잉 클래스를 열고 열흘 정도 있다가 첫 신청이 들어왔는데, 제 클래스를 누군가 진짜 신청했다는 생각에 엄청 놀랐어요.
두려운 마음 반, 정말 잘 가르쳐 드려야겠다는 마음 반으로 만났는데, 그 수강생님이 저에게 엄청 용기가 되는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동안 댄스 수업을 많이 들어봤는데 제일 쉽게, 그리고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좋았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수업을 키워보시면 잘 될 것 같다.’ 등 제가 여쭤보지 않았는데도 먼저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너무 감동이었어요.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장문의 리뷰까지 정성껏 남겨주셔서 그분 덕분에 다른 수강생분들도 제 클래스에 오셨을 거예요. 늘 감사한 마음이 있고, 지금도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너무 많았어요. 한 번은 고향이 같은 분이 제 클래스에 오신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평택에서 서울까지 수업을 들으러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고향만 같은 게 아니라 직장도 제 전 직장과 같은 계열사였죠. 전 퇴사하고 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까, 그분은 퇴사하고 춤을 추러 오셨다고 하시는 거예요. 서로 완전 놀라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너무 잘 맞고 친해졌어요. 그 후에도 춤도 함께 많이 추고, 꼭 춤 때문이 아니어도 만나서 밥도 먹는 사이가 됐어요.
원래는 관련 학과로 진학을 하려다가 못하고, 인문 전공으로 대학을 갔어요. 취업을 한 후에는 취미로 춤을 췄죠. 뭐든지 다한다는 MD 직무라 원래는 야근이 많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칼퇴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춤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가 27살 말쯤이었는데, 20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남은 2년을 춤만 추면서 살고 싶어 졌어요. 회사는 다닐 만큼 다녀본 것 같았거든요.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춤을 업으로 삼게 되었는데, 지금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정말 많이 체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기쁘고요. 틱톡 댄스 챌린지가 나오기 전에는 사실 일상에서 춤을 출 일이 없었죠. 과거엔 장기 자랑을 준비하거나 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 춤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젠 모두가 당연하게 춤을 추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요즘 유행하는 안무를 모르면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 정도라고 들었어요.
무엇보다 춤을 처음 추시는 수강생분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어요. 예전에는 한 번 이상 춤을 춰봤거나 꾸준히 춤에 관심을 두던 분들이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춤을 처음 춰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시고 나도 한 번 춤을 배워볼까? 하고 찾아오시죠. 이제 춤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나 놀이로 스며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아이돌 댄스는 아무래도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안무를 따라 하고 싶은 욕구가 당연하게 생기는 것 같아요. 남자 아이돌 안무 클래스의 경우에는 신곡이 나왔을 때 팬분들끼리 모여서 배우러 오세요.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는 하나의 표현이자 문화가 아닐까 해요. 여자 아이돌 안무 같은 경우에는 안무 자체가 너무 예쁘니까, 춤추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면 뿌듯하기도 하고 반응도 굉장히 좋죠. 이런 팬심과 아이돌처럼 잘 추고 싶은 마음 덕분에 케이팝 댄스가 특히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원데이 클래스와 다르게, 영상 촬영 클래스는 팀을 꾸려서 한 달 정도 스케줄을 미리 잡고 멤버별 안무와 동선까지 완벽하게 배워요. 완곡을 모두 배우고 나면 의상은 물론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갖추고, 전문 촬영 인력을 동원해서 춤추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는 거죠. 결과물을 보면 엄청난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하루 춤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남는 추억이 생기니까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든지 영상을 꺼내볼 수 있고요. 그리고 영상을 일단 찍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있게 나오거든요. 정말 아이돌 부럽지 않은 예쁘고 멋진 모습을 남길 수 있어요.
저도 작년 11월에 영상 촬영 클래스를 처음 시작해봤는데, 수강생분들은 물론 저도 너무 만족스러워서 클래스를 추가로 오픈했어요. 지금은 벌써 2월까지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앞으로 저도 노하우를 많이 쌓아서 더욱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요.
부끄럽지만 뻔뻔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웃음) 첫 번째, 제가 에너지가 굉장히 좋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시간이 되리라 장담합니다. 두 번째, 저는 절대 화를 내지 않아요. 가장 먼저 배운 동작을 집에 가실 때까지 10번, 100번을 물어보셔도 늘 처음처럼 친절하게 알려드려요. 그래서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되나 하는 걱정을 전혀 하실 필요가 없어요. 세 번째, 제 클래스에는 정이 있어요. 오늘 한 번 보고 말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 감사한 인연이죠. 친구가 한 명 더 생긴다는 느낌으로 힐링하고 가실 수 있어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원곡 댄서의 느낌 그대로 배울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커버 댄스를 준비할 때 그 가수의 느낌 그대로를 최대한 살려서 안무를 따거든요. 예를 들어, 에스파의 Savage 클래스에서는 카리나가 고개를 어디까지 꺾는지, 손은 어디에 걸려 있는지, 몇 번째 손가락을 쓰는지 모두 정확하게 알려드리려 노력해요. 원래 안무가 변형되는 게 싫으신 분들은 저를 믿고 찾아와 주시면 돼요.
‘지금 행복하세요, 그리고 지금 도전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사실 이 말은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저는 탈잉 클래스를 하면서 행복할 수 있었고, 도전할 수 있었어요. 제 인생의 전환점을 잘 맞이할 수 있었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스스로를 사랑할 힘을 얻었죠. 그래서 모두가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갈수록 서로 단절되고, 우울해졌잖아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이런 때일수록 혼자 위축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것을 하시면서 일상의 활력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춤도 많이 추시고요! 감사합니다.
기적이 일어났다. 단 두 시간 만에 최신 아이돌 댄스를 어엿이 출 수 있게 돼버렸다. ‘원 투 쓰리 포’ 신호에 팔이 자동으로 올라가고 발은 이미 스텝을 밟고 있다. 뼈에 안무를 새길 동안 쉼 없이 웃겨주시는 튜터님 덕분에 무릎 관절보다 턱관절이 더 아파왔다. 춤을 잘 추는 것 같은 나 자신이 아직 낯설고 얼떨떨하지만, 잊지 말자. 댄스가 안되면 기쁨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