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 디자인의 핵심을 찾아서
디자인은 코미디가 아닐까요? #1 에서 이어집니다.
탈잉에서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배움이라는 무형의 가치예요. 특정 형태가 있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이나 배움 그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무형의 배움을 어떻게 하면 더 시각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탈잉은 시리즈 B에서 시리즈 C 투자로 넘어가는 과정 중에 있어요. 이처럼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탈잉이 주고자 하는 ‘배움을 재밌게’라는 메시지와 슬로건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어요. 탈잉이 배움의 대명사가 되어서, 많은 사용자분들이 “오늘 퇴근하고 탈잉 해야지!”라고 말하는 그날에 기여하고 싶어요.
사실 둘 다 좋았어요. 개인으로 활동하는 게 너무 편해서, 프리랜서로 혼자 결정하고 혼자 일하는 과정이 굉장히 편했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개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있죠. 그래서 더 재미있는 작업 혹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인하우스 디자이너 생활도 너무 만족스러워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 만난 클라이언트분들은 한 분 한 분마다 정말 다른 내용과 비전을 가지고 계시고, 개성이 강한 분들이셨어요. 저를 믿고 의뢰하시는 그 믿음 안에는 분명히 브랜드의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과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클라이언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귀찮게 자주 연락을 드리기도 하고, 긴 인터뷰를 두 번, 세 번 진행하기도 했죠.
그래서 디자인이나 시각화 단계에서 클라이언트와 의견이 다른 경우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의견이 다르더라도 무조건 제 말이 옳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아요. 팀 프로젝트나 회사 업무 같은 경우에도 똑같아요. 다양한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은 늘 있어요. 제가 늘 명심하는 건, 제 작업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은 ‘나’라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소중한 단서라는 거예요.
어렸을 때는 제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이 저를 향한 비난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피드백을 수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때로는 고집도 부렸던 기억이 나요. 디자인을 계속해나가다 보니, 이젠 디자인 결과물과 자신의 자아를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작업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자아는 철저히 분리시켜야 피드백을 받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은 손으로 하는 것이지만, 커뮤니케이션 역시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따로 취미가 없어서 평소 개인 작업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일러스트나 그래픽 디자인 등 작게라도 끄적이는 걸 좋아해요. 이런 작업들이 업무의 활력소이자 그 자체로 휴식이에요. 취미와 일이 매우 비슷한 결이어서, 때로는 다르게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찾기는 어렵네요.
얼마 전부터 주말에 디자인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 클래스 제작 초반에는 퇴근하고 커리큘럼을 제작하는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수강생분들이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만족하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뿌듯해요. 수업 막바지에 최종 결과물이 만들어지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뻐요. 그래서 여가 시간에 클래스를 운영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즐기고 있어요.
탈잉에서 B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제품이나 그래픽, 패키지 디자인, 타이포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을 해왔어요. 그러다 재밌게도 여러 교육 플랫폼에서 디자인 수업 제작 제안을 받아서, 제가 직접 클래스를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 경험을 정제된 언어로 만드는 일이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는데, 앞으로 펼쳐질 고난을 미처 보지 못했죠. (웃음)
우선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건, 스스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모두 누군가에게 배운 것들이에요. 이제는 제가 가진 것을 다시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해요.
그리고 탈잉에서 BX 디자인 외에도, 클래스를 만들고 클래스를 운영하는 튜터를 돕는 CM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데요. 튜터와 함께하는 업무에서 실제 튜터가 됨으로써 훨씬 더 튜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 스스로 인터널 브랜딩을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예전에는 튜터가 잘돼야 탈잉이 잘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탈잉이 잘 돼야 내가 잘된다는 마음으로 브랜드에 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어요.
제가 시각 디자인을 복수 전공하면서 가졌던 어려움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거였어요. 대부분 저 스스로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독학했죠. 그 당시 브랜드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멀쩡한 브랜드를 예시로 가져와서 억지로 브랜드를 개선하는 속 빈 과제를 하곤 했어요. 나중에는 진짜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보고 싶어서 막연하게 1만 원짜리 명함을 디자인하는 작업도 해봤어요. 아쉽게도 그 과정에서 진짜 브랜드 디자인을 경험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렇듯 우당탕 공부했던 과거의 저에게 알려주고 싶은 경험을 생각해봤어요. 그러다 클라이언트가 생각하고 있는 브랜드의 본질과 목표, 행동 언어 등이 무엇인지 도출해내고 브랜드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해보는 수업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 거예요. 고심 끝에 제가 실제 클라이언트분들을 만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총 10명의 가상 클라이언트를 만들게 되었어요.
브랜드의 본질을 파악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도출해내는 중요한 과정을 경험하실 수 있어요. 브랜드의 본질과 목표, 가치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고 의뢰를 주시는 클라이언트분들은 거의 없거든요. 따라서 사실 다양한 관점과 해석은 디자이너의 몫이에요. 인하우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가상 클라이언트와 함께 브랜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미션이 제 클래스의 특별한 점 같아요.
추가로, 제가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얻었던 팁과 삼성 디자인 멤버십에서 제작했던 결과물들을 공유드려요. 브랜드 디자인이나 삼성 디자인 멤버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제 클래스를 통해 좋은 인사이트를 얻어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피드백드리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클래스를 수강하시면서 궁금한 게 생기셨다면 질문 남겨주세요. 제가 바로 달려가서 답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삼성 디자인 멤버십을 통해 삼성전자 산하의 실제 프로젝트를 경험해볼 수 있어요. 본인이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원해주기도 하고요. 다른 분야의 디자인 역량을 펼쳐보고 싶거나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해보고 싶은 대학생 분들에게 추천드려요.
합격 팁을 드리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사전 과제가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는 형태예요. 그래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뉴스나 책에서 설명하는 시각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으로 정의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본인만의 차별화된 문제 설정이 곧 차별화된 솔루션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 전에 깊게 사고하는 시간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수강생분들은 진짜 한 분 한 분 다 기억나요. 예전에 제품 디자이너와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시다가 BX 디자이너로 직무 전환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저와 비슷한 커리어를 가지셨기도 하고, 제 클래스 중 B2B 가상 클라이언트 미션을 수행하시면서 인사이트를 얻으셨다고 후기를 남겨주셔서 더욱 기억에 남네요. 제가 설계한 가상 클라이언트라는 개념과 클래스 내용이 정말 잘 작동하는구나, 도움이 되는구나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의 스타일이나 이미지, 언어를 정리하고 표현하는데 장점이 있고, 다양한 브랜드의 IP를 다루고 싶다면 에이전시나 스튜디오에서 일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반면 브랜드 경험을 꾸준히 고객과 소통하고 싶고, 가치 실현에 관심이 있다면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잘 맞을 것 같아요.
사실 BX 디자이너는 다른 직무로 가기보단, 다른 직무에서 주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편집이나 패키지 디자인을 하다가 BX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통합 경험을 주는 일이다 보니, 이전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BX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만의 디자인 철학이라는 건 자신의 성격과 취향, 삶의 태도 혹은 ‘나는 이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가 결합된 것이 아닐까 해요. 부끄럽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 철학이 있는데요, 감히 디자인을 정의 내리겠다는 건 아니고요. 제가 이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관점에서, 디자인은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관찰과 공감’, ‘경험의 전환’이라는 면에서 디자인과 코미디가 닮은 것 같아요.
원초적인 웃음도 좋지만 SNL처럼 사회 문제나 생활의 모순을 긍정 언어로 전환해서, 풍자적으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를 보면 정말 놀랄 때가 많아요. 코미디언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공감대를 찾기 위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디자이너도 사람들과 고객의 문제를 관찰하면서 디자인을 하는 걸 생각해보면 재밌는 공통점 같아요.
그리고 코미디와 디자인은 사람들의 경험을 전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슬프거나 우울할 때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위로를 받고 활력을 얻는 것처럼, 디자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또 저는 굉장히 유쾌한 성격이고 웃음과 재미에 집착하고 있는데요. (웃음) 즐거움과 재미가 가장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고, 행복하기에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모든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철학이 있겠지만,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코미디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웃음, 공감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탈잉에서 만들어내는 디자인 결과물을 기대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BX 디자이너는 회사의 모든 것을 다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웃음) 브랜드 경험이라는 건 외부 채널에 나가는 광고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의 조직 문화와 채용, 업무 환경에 대한 인터널 브랜딩도 다루거든요. 그래서 프로덕트나 비즈니스, 마케팅 관점 또한 가지고 있어야 통합적인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어요.
단순한 그래픽 디자인이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하고 싶은 분, UX/UI에 더해 브랜드 역량을 펼치고 싶은 분, 혹은 무형의 가치를 시각화하고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분이라면 BX 디자이너를 추천드려요!
오호라, 알듯 말듯 헷갈렸던 BX 디자인. 로고부터 만들면 되나 싶었는데 튜터님을 만나고 BX 디자인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노력했던 부분이 쓸데없지 않았다는 것도.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브랜드 디자인이 무엇이었는지도 선명해졌다. 이제 우리 브랜드의 앞날이 보여요, 튜터님!
장주상 튜터님과 함께 손에 잡히는 BX 디자인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