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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탈잉 Feb 11. 2022

일단 집에 그림 하나를 걸고 나면 #2

건강한 아트테크의 비밀

일단 집에 그림 하나를 걸고 나면 #1 에서 이어집니다.



아트 컬렉팅이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아트 컬렉팅이 아니라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공부했으면 편한 점도 있었을 거예요. 미술 작품은 쉽게 팔 수가 없거든요. 내가 아무리 싸게 팔고 싶다고 해도 원하는 가격에 절대 팔리지 않기도 하고요, 아예 옥션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은 미술품의 높은 낙찰가를 주로 기억하는데, 그런 경우는 정말 백 분의 일 정도예요. 그리고 아트 컬렉팅을 한다는 건 물리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요. 공간도 필요하고, 보관도 까다로워요. 심지어 저는 손상된 작품을 고치느라고 돈을 더 많이 쓴 적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 컬렉팅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걸 심리적인 재테크라고 불러요. 매일 아침 작품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경제적인 가치예요. 좋은 미술 작품은 언젠가 분명히 가격이 올라요. 자동차는 일단 타기 시작하면 가격이 떨어지죠. 하지만 미술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아트 컬렉팅을 통해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계속 만날 수 있어요. 어른이 될수록 마음이 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트 컬렉팅을 하면서 작가나 갤러리 관계자나, 컬렉터들을 만날 수 있으니 높은 사회적 가치를 누릴 수 있죠. 요즘 ‘덕후’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나처럼 밤새 미술 이야기만 해도 서로 재밌어 할 수 있는 덕후를 만날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아트 컬렉팅은 비례하는 계단이 아니에요. 인생처럼요.”


튜터님의 소장품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고 가격이 낮아진 작품이 있다고 들었어요. 속상하진 않으셨나요?

네, 맞아요. 어느 작품이든 시간이 흐르면 팔고 싶어지는 때가 와요. 소장자도 사람이니까요. 누군가는 이걸 비난할 수도 있지만, 저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이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가지고 있던 판화 중 하나가 그 집에 비해 너무 컸어요. 이 작품을 벽에 걸면 다른 작품은 하나도 못 거는 상황이었죠. 제가 넓은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수장고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외국으로 보내면 배송비가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5년 이상 걸어두었으니 충분히 오래 봤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옥션에서 판매하게 되었는데 2천 만 원 정도에 샀던 그림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됐어요. 국내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외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작가였고, 분명히 나만큼 이 작가를 사랑할 컬렉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갖고 있는 게 나았나 아쉬웠죠.



하지만 컬렉팅이 비례하는 계단처럼 올라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인생의 모든 게 마찬가지겠지만요. 어떤 전문가여도 0을 곱해버리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어요. 실수를 하면서 더 큰 배움을 얻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 그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의 집에다 예쁘게 걸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행복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앞으로는 웬만하면 작품을 팔고 싶지 않다는 깨우침도 얻었죠. (웃음)


그런 경험을 할 당시에는 감정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심하게 일희일비하진 않아요. 전 언제든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작품을 비싸게 구입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좋아하는 작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사게 되는 것도 시장 원리인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무조건 손해보지 않을 거야, 나는 반드시 모든 투자에 성공할 거야’하는 생각으로 연연하게 되면 행복할 수 없을 거예요.



요즘은 NFT 방식으로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 같아요. 

저는 미술 시장이 활발해지면 기존의 아트 컬렉팅 방법이 아닌 다른 방식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NFT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아직은 시장이 만들어지는 초기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더 많이 쌓여야 한다고 봐요. 미술품을 돈으로만 보는 잘못된 시선과 오해들이 있거든요. 건강한 시장이 되려면 우리 모두가 시장을 바르게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죠. 저는 눈으로 직접 보고 양감을 느끼는 걸 좋아해서 전통적인 미술 작품을 더 선호하지만, 언젠가는 NFT를 구매하고 싶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술이 다양한 형태로 대중에게 알려지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데 예술성 같은 부분은 계속해서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NFT는 복제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만들어지는 사례들을 보면 그런 장점이 무색해지잖아요. 이런 이슈들이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지만, 재미있게 지켜보는 중이죠.



아트 컬렉팅이나 아트테크에 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예전엔 정말 없었어요. 요즘에는 온라인 카페 같은 곳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죠.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커뮤니티 인원이 많아질수록 안 좋은 정보들도 들어올 수 있거든요. 혹은 카페 회원을 불순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스스로 공부를 충분히 하고,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판단해야만 잘못된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어요.


가끔 옥션에서 어떤 작가나 작품을 인위적으로 띄워보자는 말도 안 되는 행위가 벌어진다고 들었어요. 전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그런 식으로 갑자기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그 작가에게 결코 좋지도 않고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은 잘못된 정보인지 아닌지 반드시 재확인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건강한 커뮤니티는 자기 자신이 만들 수 있고요, 매일 아트 뉴스를 보거나 작가의 인터뷰를 읽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시간을 들여보셨으면 해요. 단순히 남들이 산다고 해서 따라 사는 건 절대 권장하지 않아요.




Part 3. 건강한 컬렉팅을 위한 아트테크 클래스



처음 탈잉 아트테크 클래스를 여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우리나라 아트 컬렉팅 강의의 대부분은 갤러리나 옥션. 혹은 딜러들이 주도하고 있어요. 저도 초보일 때 많이 수강해봤는데, 어떤 강의들은 결국 해당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작가를 홍보하거나 개인 소장품을 팔기 위한 흐름으로 가더라고요. 초보 컬렉터들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조금 더 공정한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클래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클래스를 열었는데, 이제 같은 내용을 VOD 클래스로 만들어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빠르게 변하는 현대미술 시장에서 꼭 알아야 할 기본기를 VOD 클래스에 담았죠. 아트 컬렉팅의 장점이나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주의점 같은 거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제 클래스를 듣고 나니까 비로소 이해가 된다고 리뷰를 남겨주셨어요. 



아트테크 클래스에 시뮬레이션 파트가 있는 게 특이해요.

저는 삶은 곧 경험이 되어야 한다고 항상 얘기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작품을 5년 전에 샀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상상을 끊임없이 하곤 했어요. 하지만 상상이나 이론보다는 경험해봐야 해요. 수강생분들도 혼자 고민하기보다 실제로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서 시뮬레이션을 커리큘럼에 넣었어요.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고, 도전하고, 결단해보는 과정이 엄청 도움이 되거든요. 많은 분들이 진짜 미술품을 사봤더니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하곤 해요. 아트 컬렉팅을 하면서 의외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투명하게 알게 되는 거죠.


아트테크 시뮬레이션 확인하러 가기




아트테크 클래스 수강생을 대상으로 커뮤니티까지 운영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수강생 분들이 정말 답답하고 필요할 때 제가 운영하는 카페를 이용해서 질문을 하거나 다른 분들과 의견을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하고 있어요. 저도 작가의 옥션 결과라든지, 요즘 하는 전시라든지 좋은 정보들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바쁜 일상을 사시는 수강생분들이 조금 늦더라도 정보들을 찾아보실 수 있도록 알림방이나 사랑방처럼 운영하려고 해요.



인생 첫 아트 컬렉팅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 거예요. 어떻게 보면 미술 작품은 생필품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누군가는 ‘돈이 많은가 보다?’라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이 생필품인 것 같아요. 미술을 좋아해서 전시회를 가고, 포스터를 사고, 책을 읽고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사면서 미술 애호가의 끝에 다다른 거예요. 그러면 그 작가 역시 내 작품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걸 알고 더 열심히 작업을 할 거고요,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면 시장도 더 좋아질 거예요.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안목도 덩달아 높아지고, 주변에서 아트 컬렉팅을 하는 걸 보면서 ‘나도 해볼까?’하는 마음이 전염되겠죠.



그러니까 이제 한 점을 구매하신 분은 미술 시장에 큰 이바지를 하신 거예요. 시장이 건강하게 커지는 건 개인 컬렉터들의 몫이거든요. 많은 작가들이 컬렉터를 필요로 하고, 개인 컬렉터들이 많아지면 시장은 건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맹목적인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술이 좋아서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신 분들은 엄청난 용기를 가지신 거고,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튜터님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나요?

사실 거대한 계획을 세우고 인생을 살고 있진 않아요. 하루를 열심히 살지 못한 날도 있고요. 그래도 미술을 좋아하는 일이 되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탈잉 클래스는 물론, 유튜브도 하고 인스타도 하고 책도 꾸준히 내고 있죠.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하지 않을까요. 한 3년 동안 초보자를 위한 아트 컬렉팅 책을 쓰고 있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 이야기가 너무 하나의 정설이나 유일한 방식처럼 여겨질까 봐 망설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건강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아트 컬렉팅을 설명하고 싶어요. 올해 목표는 그 책을 잘 만드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생각할 땐, 앞으로 한국 미술 시장이 더욱 좋아질 것 같아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예술에 적극적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시점에서 여유 자금으로 아트 컬렉팅을 하시라는 걸 가장 강조하고 싶어요. 저도 한때 미술 작품을 사는 데 번 돈 모두를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작품은 빠르게 돈으로 바꿀 수 없어요. 만약 큰일이 터지거나 하면 위험해지죠. 여윳돈으로 본인의 템포와 생활에 맞춰 컬렉팅을 하셔야 가장 행복할 수 있어요. 부자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달에 저금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을 작품에 쓰는 거죠.


그리고 아트 컬렉팅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급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급하면 체한다는 말이 있죠. 남들이 옆에서 ‘지금 안 사면 안 돼요’라고 말할 때도 있는데요, 내 마음이 끌리지 않는데 그 말에 혹해서 구입하는 건 좋지 않아요. 좋은 작가는 시장에 계속 등장해요. 그러니까 천천히 즐기면서 아트 컬렉팅을 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왜인지 아트 컬렉팅과 아트테크라는 용어에 기가 죽어 있었는데 정말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튜터님의 말씀처럼, 집에 걸고 매일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봐야지! 



이소영 튜터님과 함께 아트테크 입문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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