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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탈잉 Feb 16. 2022

토종 한국인 문과생이 실리콘밸리에 취업하기까지 #1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해외 취업 성공 비밀

자기소개서와 시험, 그리고 면접에 이은 면접까지. 힘든 취업 준비 시절을 마치고 드디어 평생직장을 찾았나 싶었는데, 아뿔싸 내 착각이었다. 경직된 조직 문화와 오래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미적지근한 분위기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나는 마치 언제든지 갈아 끼워질 수 있는 부품 중 하나로 느껴졌다.


그래서 이제 취업을 위한 취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가득하고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곳으로 가고야 말 테다. 아마도 그곳은 실리콘밸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의 새로운 꿈, 아메리칸드림이 시작됐다. 실리콘밸리에서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들어 보리라!


...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수 있는 걸까? 그동안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심지어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는데! ‘난 안될 거야, 포기할까?’ 생각하던 내 앞에 진짜 실리콘밸리 디자이너 선배가 나타났다. 오히려 미국에서 더욱 가능하다는 믿기 힘든 말과 함께.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케일라 튜터님


처음부터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게 아니시라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아닌 새로운 영역으로 진로를 변경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끌렸어요. 다만 진로로 연결할 접점이 전혀 없었던 것뿐이죠. 하지만 나와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닿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업이나 생산 등 각종 다른 직무를 거쳤지만, 결국에는 하고 싶은 걸 하게 된 거죠.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길을 찾은 게 아니라 원래 하고 싶던 걸 꺼낸 느낌이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외국계 IT 기업에 입사해서 실리콘밸리 쪽에 출장을 간 게 확실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때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진로와 직업을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실리콘밸리 출장을 가셔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따로 시간을 내서 현지 UX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다녔어요! 제가 원래 UX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디자이너가 됐는지 물어봤죠. 아마 그러지 않았다면 직무 전환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현지 UX 디자이너들을 만나다니, 저 같은 사람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 경험인 걸요? 어떻게 그런 네트워킹을 만드셨나요?

외국계 회사에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먼저 사내 리소스를 찾았어요. 사내 UX 디자이너를 한 명 알게 되면 그게 번져서 더 넓게 연결되더라고요. 또 링크드인을 활용하기도 했어요. 링크드인으로 네트워킹하는 방법은 이번 클래스에서 알려 드리려고 해요.



그렇게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나면서 점점 확신을 더해가신 거군요!

네, 맞아요. 저는 해외 취업이 어려워서 못하는 게 아니라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거라고 자주 말하거든요. 물론 저야 현지에서 만남의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정보를 얻었지만, 그게 아니면 매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정보를 알 길이 없잖아요. 해외 취업은 정보의 장벽이 좀 높은 분야인 것 같아요. 반대로 방법만 알면 정말 생각보다 쉽죠.


인맥이 없어도, 해외 취업이 가능한 방법이 있어요




Part 1. 한국 문과생이 실리콘밸리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하지만 디자인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바로 직무를 전환하기는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쉽지 않았어요. 유튜브를 보면서 디자인 툴을 익히고, 과외도 받아보고, 미국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친구들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거의 자급자족한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제가 직무를 바꿨기 때문은 아니고요, 이전 직무에서 계속 일했어도 그랬을 거예요.


어렵긴 했지만 또 막 엄청나게 노력을 했는지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쉽게 이룬 것도 아니긴 해요. 노력이라기보다는 과정이 보람되고, 그 과정에서 점점 내 길이 맞다고 느끼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노오오오오력’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서 학교도 다시 입학하신 건가요?

네! 사실 배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비자를 위해 현실적인 이유로 입학한 게 더 커요. 미국인이 아닌데 어떻게 미국에 가겠어요! 저는 미국인도, 유학생 출신도 아니라서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저 같은 분들을 위해 클래스에서 비자 발급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려 해요.



그러고 보니 탈잉에서도 잠깐 근무하셨다고 들었어요!

탈잉에서 근무할 때는 기획, 마케팅, 디자인, 리서치 등의 각종 업무를 했어요. 당시엔 몰랐는데 돌이켜 보니까 탈잉에서 했던 일 중에 UX 디자인과 리서치들이 있었더라고요. 사실 UX 디자인 안에 기획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때 프로덕트 개발 사이클을 경험해 본 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국내 대기업 재직 당시


이전 직무 경험이 현재 디자인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셨나요?

일단 탈잉에서의 경험은 위의 이유로 정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소위 ‘짬’이라고 하죠, 한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은 다른 일도 잘하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건 결국은 여러 명이 모여서 일을 추진시키는 거거든요. 그럼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해요. 하드 스킬은 기본이고, 소프트 스킬이 일의 잘함과 못함을 가름 짓는 것이죠.


그래서 다양한 업무,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끝판왕인 영업과 마케팅을 했던 경험이 지금 도움이 많이 돼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스토리텔링을 잘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제가 회사에서 발표할 때마다 칭찬받는 부분이 컨텍스트를 잘 설명한다는 거예요. 아마 다른 사람이 뭘 모를지 짐작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럼 다른 직무에서 디자이너로, 국내에서 해외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튜터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원동력이 따로 있을까 싶어요. ‘그냥 해야겠다!’ 하고 했어요. 저는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고, 되고 싶은 건 꼭 돼봐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힘들어서 욕하면서도 한 것 같아요. 속으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면서요. 그런데 다 맞는 때가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저는 이전 직무와 환경이 너무 안 맞았던 게 원동력이었던 것 같네요. 커리어 전환이 일종의 탈출 버튼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자신의 환경이 너무 싫다면, 진짜 끝까지 싫어하시고 그걸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 이런 원동력으로 삼으셨으면 해요.



다시 해외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과거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영어 잘 못해도 된다는 거요! 처음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영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알고 보니 전혀 안 그래도 되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업무를 하면서 영어 실력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일 정도로요.




Part 2. 메타에서 가장 좋은 건, 포용성이에요



첫 출근은 언제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메타에서 근무하고 계신데, 메타에 첫 출근하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사실 코로나 때문에 첫 출근부터 재택근무를 했어요. 지금까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요. 그래서 새 입사 기분은 좀 안 났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오피스에도 슬슬 나가고, 동료들도 만나면서 이제야 좀 실감하고 있어요. 처음 멘로파크 캠퍼스에 갔을 때는 우와-싶고, 이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거구나하는 실감도 났죠. 요즘 회사에 출근하면 잡담하고 싶어서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예요.



한국에서는 화상 회식 같은 것도 유행했는데요, 메타에서는 어떤가요?

여기서는 회식이라기보단 가끔 팀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어요. 매니저가 음식도 시켜주고, 같이 게임을 하고 소셜 활동을 하는 거죠. 이제는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팀도 있다고 하네요. 저도 저희 팀원들과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어요. 여기선 회사 동료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회사 동료들과의 피크닉!


많은 분들이 메타를 꿈의 직장이라고 꼽는데, 직접 일해보니 어떠신가요?

아닌 것 같아요! (웃음) 꿈의 직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요. 직장 생활은 어디든 기본적으로 같으니까요.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 월급 받는 구조, 상사와 동료, 이런 큰 패러다임은 어디든 똑같다고 봐요. 아마 지구상 어디에도 꿈의 직장은 없지 않을까요? 환상을 가지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만족하는 점은 사람인 거 같아요. 가끔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아, 난 정말 감사한 환경에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건 단연 사람이에요.


여기는 정말 나이나 배경을 보지 않거든요. 그걸 무례하다고 생각하고요. 덕분에 저는 제2의 삶이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다들 슈퍼파워가 있다면 '더 어릴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런 걸 꿈꾸기도 하잖아요. 저는 디자이너로 전환함으로써, 메타에 입사함으로써 그걸 실현한 거 같아요. 저보다 많게는 10살 어린 친구들이랑 진짜 동갑처럼 어울리고 지내거든요. 그들이 나를 언니나 누나가 아니라 똑같은 '동료'로서 대하는 데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나보다 10살 어린 만큼 10배는 더 재능 있고, 빠르고, 성숙한 친구들이거든요. 그들의 앞날이 창창한 만큼 앞으로 함께 꾸리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너무 많고요. 이런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데서 큰 영감을 얻고, 내 앞길도 같이 창창하겠구나라는 착각을 얻기도 해요. (웃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팀원과 협업하고 계시죠. 이러한 다양성이 일에 어떠한 영향을 주나요?

이건 각자의 문화가치적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저는 아주 좋아요. 만약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다양성에 열려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일 것 같아요.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지역이라서요. 저는 여기서 한국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다양성과 포용성(Inclusivity)이 기본이 되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따라서 일을 할 때 나이, 인종, 성별, 사생활 등 ‘선 넘지 않는 일’이 많고요. 그리고 디자인을 할 때도 항상 소외 그룹, 예를 들어 장애인을 위한 Accessibility 교육을 받고 그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디자인을 해요.



실리콘밸리 생활 이전과 비교해 ‘이것’만은 정말 좋다!라고 한 가지 꼽아 주신다면 다양성이 답이 될 수도 있겠네요!

네, 완전 맞아요. 저는 한국에서 일할 때 하필이면 항상 좀 특수한 조직 환경을 겪었어서 더 대비가 극명한 것 같아요. 영업이나 제조 쪽 분야가 좀 수직적인 문화거든요. 아무래도 위계질서가 강하고 강압적인 면이 있었어요. 못 볼 꼴까지 다 봤죠.



다음 주, 케일라 튜터님의 못다 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디자이너 해외 취업 클래스 먼저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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