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바다를 담은 맛, 북해도의 하루
바람이 부는 섬, 북해도에서 맛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첫입을 뜨겁게 적시는 라멘 국물처럼, 북해도의 맛은 나를 그날의 햇살과 바다 냄새 속으로 다시 빠뜨렸다.
삿포로 시장의 노란 옥수수 알갱이가 햇빛을 닮아 반짝일 때, 나는 여행지에서 ‘맛’이란 결국 그곳의 하루를 온전히 느끼는 일이란 깨달음을 얻었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의 게살부터, 바다내음 가득한 성게 알, 톡톡 터지는 연어알이 올려진 카이센동까지 — 이 음식들은 단지 입을 즐겁게 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북해도의 계절을 각인시켰다. 시장 한쪽에서 막 구운 가리비를 입에 넣을 때면, 그 짭조름함 뒤로 스치는 바다 바람까지 함께 맛으로 남았다.
또한 북해도는 단순한 ‘먹거리 여행’이 아니었다. 우유와 유제품의 고소함,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농촌 목장의 여유는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게 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유바리 멜론의 달콤함 속에는 여름 햇살과 농부의 땀방울이 녹아 있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농작물과 특산품은 마치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하루를 가득 채운 맛의 기억은 다시 도시로 돌아가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북해도에서의 식탁은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니라, 그 땅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고, 바람처럼 스며든 풍경과 함께 나의 여행 기록 속에 천천히 자리 잡았다.
내 여행의 중심에 놓인 한 그릇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