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겨울의 문턱에서 마음이 먼저 떠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따뜻함을 상상하며 가방의 지퍼를 천천히 올린다.
2월의 필리핀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공기가 바뀐다. 한국에서의 2월은 아직 코끝이 시리고, 아침마다 옷깃을 세우게 만든다. 그런데 필리핀의 2월은 다르다. 햇살은 이미 여름을 예고하고, 바다는 색부터 온도가 다르다. 지도 위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마음도 함께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 순간부터 설렘은 현실이 된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돌아오는 길의 아쉬움까지 미리 겪는 이상한 감정 속에서.
공항에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두툼한 외투를 벗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는 그 찰나, 계절이 교체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필리핀의 2월은 우기와 건기가 교차하는 가장 부드러운 시기라서, 모든 풍경이 사람을 환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길가의 야자수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시장에서는 이름 모를 과일들이 색으로 먼저 말을 건다.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이유는, 이 나라의 시간은 늘 한 박자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이 여행이 주는 진짜 설렘은 특별한 장소보다 태도에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공기. 한국에서의 나는 늘 다음을 준비하며 살았지만, 필리핀의 2월 속에서는 지금을 충분히 살아도 된다는 사실을 배운다. 해 질 무렵 바다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시간, 그 침묵마저 여행의 일부가 된다.
돌아올 날이 다가오면 알게 된다. 이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시 버텨낼 힘을 미리 충전하는 과정이었다는 걸. 2월의 필리핀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겨울과 여름 사이, 현실과 꿈 사이에서 마음을 잠시 풀어놓을 수 있는 정확한 계절. 여행은 끝나도, 그 설렘은 오래 남아 일상의 온도를 조금 높여준다.
2월 여행 준비 설렘은 있는데 옷 앞에서 멈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