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스탄불 여행, 화려함보다 오래 남은 순간들

2월, 이스탄불은 조용히 마음에 남았다

by 하루담음

2월의 이스탄불은 여행지라기보다 오래된 기억처럼 다가왔다.


공항을 나서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겨울의 끝자락이었지만, 이 도시는 쉽게 봄을 허락하지 않았다. 회색 하늘 아래 미나렛은 묵묵히 서 있었고, 거리의 고양이들은 사람보다 계절에 익숙해 보였다. 여행을 왔다는 설렘보다, 낯선 도시에 잠시 초대받은 기분이 먼저 들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걷던 오후가 유난히 선명하다. 물 위로 부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바람 덕분에 생각은 또렷해졌다. 관광객은 많지 않았고, 도시의 소리는 낮았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이스탄불은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시간을 건네주었다. 천천히 바라보고, 오래 머물러도 괜찮다는 신호처럼.


해가 지면 도시는 다른 표정을 드러냈다. 노란 조명이 골목을 채우고, 오래된 돌길 위로 하루의 온기가 남았다. 식당 안에서는 현지인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분위기는 충분히 전해졌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느낄 때였다는 걸 그때 알았다.


2월의 이스탄불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사진보다 장면으로, 정보보다 감각으로 남은 여행. 계절이 사람처럼 조용히 마음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이 도시는 겨울 끝에서 가르쳐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르는 건, 특정 장소가 아니라 그때의 공기와 걸음의 속도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2월의 이스탄불을, 추억이라기보다 하나의 온도로 기억한다.




이스탄불의 온기 차가운 계절 속에서 발견한 따뜻한 순간

https://faithbaptistgb.org/2%EC%9B%94-%EC%9D%B4%EC%8A%A4%ED%83%84%EB%B6%88-%EC%97%AC%ED%96%89-%EC%BD%94%EB%94%94-%EC%99%84%EB%B2%BD-%EA%B0%80%EC%9D%B4%EB%93%9C-%ED%8C%A8%EC%85%98-%EC%8A%A4%ED%83%80%EC%9D%BC%EB%A6%AC%EC%8A%A4/


keyword
작가의 이전글2월 사이판 옷차림으로 알게 된, 여행이 편해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