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코 블루 위로 쏘아 올린 비구선, 상실과 채움의 궤적
바다는 가장 푸른 날에 제 속살을 가장 깊이 숨긴다.
비행기 창 너머로 마주한 미야코지마의 바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파랗다'는 형용사로는 도저히 수식할 수 없는 농도를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미야코 블루'라 명명했지만, 내 눈에는 차라리 갓 구워낸 청자의 빙렬처럼 시리고도 투명한 슬픔에 가까웠다.
오키나와 본도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와 닿은 이 작은 섬은, 육지의 소란함을 완벽하게 차단한 채 오직 바람과 파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필드만을 허락하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골프는 단순히 공을 홀컵에 넣는 스포츠가 아니라, 섬의 정령들이 그려놓은 수채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구도(求道)의 과정에 가까웠다.
클럽 하우스를 나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것은 눅진한 염분 섞인 바람이 아니라, 갓 베어낸 잔디의 싱그러움과 이름 모를 남국 꽃들의 향기였다. 시기라 베이 컨트리클럽의 첫 번째 티박스에 섰을 때,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멀리 수평선과 맞닿은 필드는 마치 바다 위로 떼어낸 초록색 섬처럼 떠 있었다. 어드레스를 잡고 숨을 고르는 찰나, 파도 소리가 고요를 깨트린다.
도시의 연습장에서 기계적으로 반복하던 스윙은 이곳의 원시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무력해졌다. 공을 멀리 보내겠다는 욕심보다, 저 투명한 바다의 수평선과 나란한 궤적을 그리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채를 휘두르는 순간, 하얀 공은 미야코 블루의 허공을 가르며 한 점의 소실점으로 사라져 갔다.
골프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고 했던가. 미야코지마의 거친 해풍은 그 대화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 오션 링스 미야코지마의 페어웨이를 걷다 보면,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바람을 이기려 하면 공은 여지없이 덤불 속으로 숨어버렸고, 바람의 결을 인정하고 그 흐름에 몸을 실을 때 비로소 공은 내가 원하는 지점에 안착했다. 그것은 마치 삶의 태도와도 닮아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삶의 역풍을 거스르려 애쓰며 스스로를 고갈시켰던가. 섬의 바람은 나에게 속삭였다. 때로는 저항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강력한 전진이라고.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18홀의 여정은, 내 안의 묵은 고집들을 하나둘씩 파도에 씻어 보내는 과정이었다.
라운딩을 마치고 홀로 앉아 바라본 노을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미야코지마에서의 시간은 육지의 시계와는 다른 속도로 흐른다. 골프백 속에 담아온 것은 스코어카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홀과 홀 사이를 걸으며 마주했던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이었다.
18번 홀의 마지막 퍼팅이 끝났을 때의 해방감보다, 다시금 돌아갈 일상을 견뎌낼 푸른 에너지가 내면의 빈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꼈다. 여행은 장소를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좌표를 수정하는 일이다. 미야코 블루의 바다와 초록의 필드가 교차하던 그 섬에서, 나는 잃어버렸던 나만의 고유한 리듬을 다시 찾았다.
섬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창밖을 내려다본다. 여전히 바다는 그 자리에 머물며 누군가의 상실을 채워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골프라는 핑계로 찾아온 이 섬은 나에게 가장 정직한 휴식을 선사했다. 초록의 페어웨이 위에 남겨두고 온 발자국들은 밀물에 씻겨 사라지겠지만, 그날의 바람과 온도는 오랫동안 내 감각 속에 문장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 계절이 오면 다시 이 푸른 궤적을 그리러 오겠노라 다짐하며, 보이지 않는 수평선 너머로 마음을 미리 보내둔다. 섬은 말이 없었으나, 나는 이미 충분한 대답을 들은 기분이었다.
푸른 섬의 초대 , 미야코 블루가 머무는 필드, 그곳에서의 완벽한 하루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