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이 마음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해돋이를 ‘보러 간다’는 생각을 한 건 꽤 늦은 나이였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풍경은 의외로 쉽게 지나쳐졌다. 성산일출봉에 올랐던 그 새벽도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길, 숨이 차오르는 계단, 손끝을 파고드는 바람. 그런데 수평선이 붉게 갈라지며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모든 감각이 멈췄다. 말이 사라지고, 생각이 조용해졌다. 그저 떠오르는 빛을 바라보는 일만 남았다. 그날 이후 제주에서의 새벽은 나에게 다른 의미가 되었다. 해돋이는 관광이 아니라, 마음을 씻는 의식에 가까웠다.
제주 해돋이가 특별한 이유는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현무암 사이로 번지는 빛, 오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공기의 색. 같은 해, 같은 장소인데도 매번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어떤 날은 용기를 주고, 어떤 날은 위로를 건넨다.
바쁘게 살다 보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해가 뜨는 장면을 보고 나면,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제주에서의 해돋이는 늘 그렇게 조용히 마음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해돋이는 특별한 결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일찍 일어나, 어둠 속에서 잠시 기다리면 된다. 해는 늘 자기 방식대로 떠오르고, 우리는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서기만 하면 된다.
제주에서 맞이한 수많은 새벽이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해가 뜨는 단순한 장면이 더 깊이 다가온다는 것도. 언젠가 다시 길을 잃는 날이 온다면, 나는 또 새벽의 제주로 향할 것이다. 해가 가장 먼저 말을 거는 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