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날씨 및 여행 준비, 가방 앞에서의 생각

여행 가방 앞에서, 나는 날씨부터 꺼내본다

by 하루담음


홋카이도를 떠올리면 언제나 공기가 먼저 생각난다. 손끝이 먼저 계절을 느끼고, 그다음에야 마음이 따라오는 곳. 그래서 이곳으로 향하는 여행은 일정표보다 먼저 날씨를 살피는 일에서 시작된다.


홋카이도의 날씨는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정직하다. 봄은 늦게 오고, 여름은 조용히 머물다 가며, 가을은 서둘러 색을 남기고, 겨울은 길고 깊다. 4월의 공항에 내리면 달력이 틀린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벚꽃은 아직 약속을 미루고 있고, 거리의 사람들은 봄보다 한 계절 앞선 옷차림으로 걷는다. 그때 깨닫는다. 이곳에서는 ‘지금’의 날씨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여름의 홋카이도는 일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볕은 분명한데 땀이 나지 않고, 그늘에 서면 바람이 먼저 말을 건다. 반팔 위에 가볍게 걸칠 옷 하나면 충분하지만, 해가 지면 온도가 빠르게 내려간다. 여행 가방에 얇은 긴팔 하나를 넣는 일은 이곳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된다.


가을은 준비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단풍은 예고 없이 시작되고, 아침과 저녁의 온도 차는 하루를 두 번 나누어 놓는다. 자켓 하나로는 부족하고, 코트 하나로는 과하다. 겹쳐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이 계절의 답이다. 날씨에 맞춰 옷을 고르다 보면, 여행도 그렇게 유연해진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분명하다. 눈, 그리고 또 눈.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과 제대로 된 외투는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다. 하지만 준비가 충분하다면, 이 계절은 가장 조용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내어준다. 눈 위를 걷는 소리, 숨을 내쉴 때 생기는 흰 김, 그 모든 것이 여행의 일부가 된다.


홋카이도 여행 준비는 결국 날씨를 존중하는 일이다.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 마음으로 짐을 싸면, 여행은 훨씬 가벼워진다. 날씨에 맞춘 준비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곳의 시간을 온전히 살기 위한 예의에 가깝다. 그렇게 준비된 여행은 언제나 기억 속에서 오래 머문다.



날씨의 태도 여행이 쉬워지는 순간은, 날씨를 이해했을 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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