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패스부터 이해했다
오사카와 교토를 함께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날, 설렘보다 먼저 찾아온 건 교통에 대한 막막함이었다. 지도 위에서는 한 시간 남짓의 거리인데, 막상 들여다보면 노선은 셀 수 없이 많고, 이름도 비슷했다. 지하철, JR, 사철.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여행은 떠나기도 전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고, 그 시작은 늘 교통이었다.
간사이의 교통은 복잡하지만, 그만큼 솔직하다. 어디를 얼마나 움직일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따라 답이 분명히 갈린다. 오사카에서 하루 동안 전망대와 성, 강 위의 크루즈까지 욕심내고 싶다면 교통과 입장이 묶인 패스가 분명히 힘을 발휘한다. 하루를 꽉 채우는 일정 속에서는, 표를 끊는 사소한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날이 그런 것은 아니다. 쇼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골목에 잠시 멈추고, 카페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그저 지하철을 몇 번 탈 수 있는 자유만으로 충분하다. 이동만 해결해 주는 단순한 패스가 오히려 여행의 리듬을 해치지 않는다.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멀어질수록, 여행은 더 나답게 흘러간다.
오사카에서 교토로 넘어가는 길은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이다. 출발지가 어디인지,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가고 싶은 장소가 무엇인지에 따라 철도가 달라진다. 같은 도시를 잇는 길인데도, 타는 열차에 따라 풍경과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노선은 상점가로 바로 이어지고, 어떤 노선은 신사 앞에 내려준다. 그 차이를 알고 나니, 이동 시간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교토에 들어서면 교통의 성격은 다시 바뀐다. 빠르게 이동하기보다는, 천천히 돌아가는 방식이 어울리는 도시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다음 정류장을 기다리는 시간, 그 느린 호흡이 교토의 풍경과 잘 맞는다. 다만 그 느림을 감당하려면, 하루 동안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표 한 장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여행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교통패스는 돈을 아끼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라는 것을. 어디까지 가고, 어디서 멈출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패스를 고를 때, 가격보다 먼저 일정을 떠올린다.
간사이의 길은 복잡하지만, 무질서하지 않다. 한 번 이해하고 나면, 그다음 여행에서는 훨씬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패스를 고른 것이 아니라, 여행의 속도를 지키기 위해 선택했다는 걸 돌아오는 길에야 알게 된다. 그렇게 교통을 이해한 여행은,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길 위의 선택, 같은 거리라도 어떤 패스를 쓰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