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걸음에 속도를 맞춘다는 것
부모님과 여행을 떠난다는 건, 목적지를 정하는 일보다 먼저 걸음의 속도를 맞추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날에서야 알았다.
짐을 싸는 전날 밤, 괜히 날씨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고, 숙소 사진을 확대해 보며 계단이 많은지 살폈다. 예전엔 여행이란 ‘얼마나 많이 보느냐’의 문제였는데, 부모님과의 여행은 ‘얼마나 편안하냐’의 문제로 바뀌어 있었다.
봄에 함께 찾았던 전주 한옥마을은 그 변화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한 곳이었다. 돌담길은 생각보다 완만했고, 한옥 처마 아래 그늘은 느리게 걷는 우리에게 충분한 쉼이 되어주었다. 부모님은 경기전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진보다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셨다. 여행지는 배경이 되고, 기억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여름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설악산 정상 대신 케이블카를 탔다. 올라가는 동안 창밖으로 스치는 숲과 바위가 부모님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흘렀다. 땀 흘리지 않아도 충분히 장엄했고, 내려오는 길엔 속초 바다 냄새가 하루를 마무리해주었다. 그날의 여행은 ‘덜 힘들어서 더 오래 기억되는’ 하루였다.
가을엔 단풍이 목적이었지만, 사실은 걷지 않아도 괜찮은 길이 더 중요했다. 내장사로 이어지는 평탄한 길 위에서 부모님은 사진보다 풍경을 오래 보셨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할 줄은 몰랐다.
겨울엔 자연스럽게 온천으로 발걸음이 옮겨갔다. 부곡온천의 김 오르는 물 위에서 부모님의 표정이 가장 느슨해졌다. 관광지는 기억에서 흐려져도, 몸이 편안했던 감각은 오래 남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편안함의 기준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