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쉬는 여행, 전국 온천 추천

겨울의 끝에서, 우리는 물속으로 들어간다

by 하루담음

겨울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점점 따뜻한 기억을 찾게 된다.


찬 공기가 뺨을 때리는 아침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장갑을 껴도 손끝은 시리고, 목도리를 둘러도 어깨는 쉽게 굳는다. 그런 날에는 이유 없이 피로가 쌓인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를 버텨낸 것처럼 몸이 무겁다. 그래서 나는 겨울만 되면 온천을 떠올린다. 여행이라기보다는, 몸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의식에 가깝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은 언제나 비슷하다. 처음엔 숨이 짧아지고, 이내 긴장이 풀리며 깊은 호흡이 나온다. 물은 말이 없지만, 몸이 기억해온 피로를 하나씩 풀어낸다. 온천은 늘 그 자리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무 말 없이 등을 내어준다. 전국 곳곳의 온천을 떠올리다 보면, 물의 성질만큼이나 그 풍경과 공기가 각기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곳은 왕이 머물렀던 시간의 무게를 품고 있고, 어떤 곳은 산속에서 자연 그대로 솟아오른다. 눈 덮인 계곡 옆에서 만나는 탄산 온천은 피부 위에서 조용히 터지며 몸을 깨운다. 또 어떤 온천은 바다를 바라보며 물에 잠길 수 있게 해준다. 같은 뜨거움이라도, 그 온도와 결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온천 여행은 취향에 가깝다. 지금의 나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물을 통해 묻게 된다.


온천에서 나오는 길에는 늘 비슷한 표정이 남는다. 말수가 줄고, 걸음이 느려진다. 급하게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몸에 배어든다. 겨울은 여전히 춥고,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견딜 만해진다. 뜨거운 물이 남긴 온기는 생각보다 오래 간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겨울, 다시 온천을 찾는다.


쉼의 기준, 여행이 아니라 회복이 필요했던 날의 기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모님 여행지 추천, 빠르지 않아 더 좋았던 그곳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