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이곳, 하루가 여행이 되는 순간
주말 아침,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으려다 문득 생각했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흘려보내도 괜찮을까 하고.
멀리 떠날 여유는 없지만, 집에만 있기엔 마음이 조금 지쳐 있던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짐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물 한 병, 충전기, 편한 신발. 그 정도면 충분했다. 당일치기 여행은 늘 그렇게 가볍게 시작된다. 대신 마음만은 조금 설레게 챙겨서.
서울을 벗어나 한 시간 남짓 달리면 풍경이 달라진다. 빌딩 대신 나무가 보이고, 신호등 대신 하늘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평이나 강화도처럼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곳이지만, 막상 걷다 보면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당일치기 여행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 하나가 하루를 통째로 바꿔놓는다는 것.
자연이 있는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호숫가를 따라 걷거나 바다 앞 벤치에 잠시 앉아 있으면, 꼭 무언가를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고,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순간이 된다.
역사와 문화가 남아 있는 도시도 당일치기로는 더없이 좋다. 한옥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오래된 돌계단, 바람에 흔들리는 처마 끝, 그 사이를 걷는 내 발걸음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상과는 전혀 다른 리듬 속에 잠시 머무는 기분이 든다.
당일치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일이다. 많이 보려고 애쓰지 않을수록, 하루는 더 선명해진다. 한 곳을 제대로 보고, 한 끼를 천천히 먹고, 해가 기울기 전에 돌아오는 것. 그렇게 마무리한 하루는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주말의 하루를 여행으로 바꾸는 건 거창한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고, 익숙한 도시를 잠시 벗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 여행은 이미 성공이다.
“아, 오늘 잘 쉬었다.”
하루의 용기,주말을 그냥 보내지 않게 만든 선택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