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제주도 여행을 기다리며
2월의 제주를 떠올리면, 아직 떠나지 않았는데도 마음부터 먼저 짐을 싼다.
겨울의 끝자락, 봄이 오기 전의 섬은 늘 조용하다. 성수기의 소란도 없고, 여름의 들뜬 기운도 없다. 대신 바람과 바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2월 제주를 기다린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보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는 기분으로.
제주의 2월은 차갑다. 바다는 여전히 거칠고, 바람은 외투 속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그 바람 덕분에 풍경은 더 또렷해진다. 구름이 낮게 흐르고, 현무암 담장은 묵묵히 길을 지킨다. 관광지가 아닌 생활의 얼굴을 한 제주가 이때 비로소 드러난다. 사진보다 눈으로, 계획보다 발걸음으로 걷고 싶어진다.
이 계절의 제주는 기다림에 가깝다. 카페 창가에 앉아 김이 오르는 커피를 마시고, 바다를 오래 바라본다.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다.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지 않아도 하루는 충분히 채워진다. 겨울 동백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 질 무렵의 하늘은 괜히 마음을 낮춘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떠나는 날이 아니라, 떠나기 전 며칠이다. 날씨를 확인하고, 얇은 니트 하나를 챙길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 2월 제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조금 느려진다.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굳이 앞서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에게 알려준다.
어쩌면 2월의 제주는 목적지가 아니라 상태에 가깝다. 조금 쓸쓸하고, 조금 따뜻하고, 많이 솔직한 마음. 그래서 나는 또 이 계절을 기다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을, 조용히 허락받기 위해.
제주 준비, 2월에 가면 꼭 달라지는 여행의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