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항공권 싸게 사는법, 달력의 빨간 날을 피하는 이유

빨간 날을 피해, 따뜻한 공기로

by 하루담음

달력의 빨간 숫자 하나가, 여행의 값까지 바꿔놓는 계절이 있다.


연초의 공기는 늘 차갑다. 목도리를 고쳐 매며 창밖을 보다가, 나는 습관처럼 항공권 검색창을 연다. 대만. 지도 위에서는 가깝고, 마음에서는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겨울의 목적지. “지금 사야 할까?”라는 질문이 화면에 뜨는 순간, 이미 나는 가격이 아니라 ‘타이밍’과 대화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기다리면 언젠가 내려가겠지, 막연히 믿었다. 하지만 1월과 2월은 기다림이 곧 추가 요금이 되는 달이었다. 신정 연휴가 남긴 열기와 겨울방학의 들뜬 발걸음, 그리고 설날이라는 거대한 파도. 좌석은 줄어들고 숫자는 올라간다. 그때부터 나는 달력을 펼쳐놓고, 가격 그래프보다 먼저 ‘사람들이 몰리는 날’을 읽기 시작했다. 누구나 쉬는 날은, 누구나 떠나는 날이기도 하니까.


빨간 날을 정면으로 통과하는 대신, 나는 그 옆의 회색 날짜를 골랐다. 수요일 출발, 화요일 귀국 같은 애매한 구석. 남들이 피곤해서 고개를 젓는 자리에서 오히려 표는 부드럽게 풀린다.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잦고 서늘한 타이베이에서는 얇은 옷을 겹쳐 입고, 비 냄새 나는 골목을 걷는 재미가 있다. 반대로 가오슝은 겨울에도 햇살이 성실해서,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따뜻함이 남는다. 내가 추위를 얼마나 타는지, 비 오는 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그 사소한 취향이 여행지를 결정했다.


항공사를 고르는 일은, 결국 내 짐의 무게를 인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가장 싼 운임은 대개 가장 가벼운 사람에게만 친절하다. “0kg”이라는 작은 글자를 못 본 척하고 결제했다가, 공항에서 내 마음이 먼저 초과 요금을 냈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표 값만 보지 않는다. 수하물이 포함되는지, 추가가 얼마인지, 도착 시간이 늦으면 시내로 어떻게 들어갈지. 여행의 편안함은 기내식보다, ‘미리 알고 있는 정보’에서 온다는 걸 배웠다.


결국 1월과 2월의 항공권은 눈치게임이 아니라 생활의 감각에 가깝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한 발 비켜서는 용기. 조금 덜 인기 있는 날짜와 시간대를 고르는 소소한 결심. 짐을 줄이거나, 혹은 당당히 수하물을 포함한 선택을 하는 현실적인 태도. 그렇게 준비한 표 한 장은, 단지 이동 수단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이 된다. 따뜻한 공기는 멀리 있지 않다. 달력의 가장자리, 사람들이 놓친 틈에 조용히 숨어 있을 뿐이다.


수요일의 비밀 , 사람들이 지나친 그 요일에 왜 최저가가 숨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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