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여행한다는 건, 짐보다 마음을 챙기는 일
여행 가방을 열어두고 바닥에 앉아 있으면, 늘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이만하면 될까, 아니면 아직도 부족할까.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 온다. 비행기 안에서 울지는 않을지, 낯선 음식 앞에서 밥을 거부하지는 않을지, 혹시라도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그래서 엄마의 여행 준비는 늘 과하다 싶을 만큼 꼼꼼해진다.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말하지만, 그 유난 속에는 아이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음 아이와 비행기를 탔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착륙 소리에 아이가 찡그릴까 봐 사탕을 쥐여주고, 울음이 터질까 봐 새로운 장난감을 숨겨두었다가 꺼내던 순간들. 기내가 조용해질 때마다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짧은 평화를 위해 챙긴 것들은 사실 물건이 아니라,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또 다른 준비가 시작된다. 호텔 바닥이 걱정돼 얇은 돗자리를 깔고, 물이 맞지 않을까 샤워기 필터를 끼운다. 아이가 먹을 김자반과 작은 간식 봉지를 꺼내 놓으며 비로소 익숙한 하루를 만든다. 집과는 전혀 다른 공간인데도, 아이가 조금 덜 낯설어하는 얼굴을 보면 그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짐을 싸며 깨닫는다. 아이 동반 여행 준비물의 절반은 혹시 모를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엄마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걸. 완벽하게 준비해도 여행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래도 준비해둔 덕분에 덜 흔들릴 수는 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면 캐리어엔 빨랫감과 기념품이 뒤섞여 있지만, 마음에는 분명히 남는 것이 있다. 낯선 곳에서 아이와 나란히 보낸 시간, 조금 서툴렀지만 함께 해냈다는 기억. 아이와 여행한다는 건 결국, 목적지보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를 더 믿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와 여행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인 엄마의 솔직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