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동막골 빙어축제에서 겨울을 한 마리 낚아 올렸다

얼음 위에서 겨울을 낚다

by 하루담음

겨울이란 계절은 이상하게도, 가장 차가운 순간에 가장 따뜻한 기억을 남긴다.


찬 공기가 볼 끝을 스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두 손을 비비며 밖으로 나간다. 따뜻한 곳을 향해 도망치기보다는, 오히려 추위를 핑계 삼아 무언가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다. 얼음이 단단히 언 저수지 위에 서면,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그 순간만큼은 말수가 줄어든다. 소리는 작아지고, 감각은 선명해진다.


안성 동막골의 겨울은 그렇게 시작된다. 얼음 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낚싯대를 내려놓는 단순한 동작 속에, 생각보다 많은 마음이 스며든다. 아이는 처음 만져보는 낚싯대를 신기해하고, 어른은 말없이 물속을 바라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조금씩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오늘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곳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어느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닌 듯한 신호인데, 그 작은 떨림에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온 것 같아.” 그 한마디에 주변 공기가 달라진다. 낚싯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면, 은빛 빙어 한 마리가 얼음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크지도 않고 대단할 것도 없지만, 그 순간의 환호는 의외로 크다. 겨울은 이렇게 사소한 성취로도 충분히 반짝인다.


낚시가 끝나고, 손이 얼어붙을 즈음 따뜻한 국물 앞에 앉는다. 막 튀겨낸 빙어는 바삭하고, 입김은 여전히 하얗다. 아이는 오늘 잡은 한 마리를 몇 번이나 떠올리고, 어른은 사진 속 표정을 확인한다. 추웠던 기억보다 웃었던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겨울은 늘 짧다. 그래서 더 선명하고, 더 아쉽다. 안성 동막골의 얼음 위에서 보낸 하루는 대단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계절 하나를 온전히 건져 올린 기분을 남긴다. 아마도 내년 겨울이 오면, 우리는 또 같은 이유로 그 자리를 떠올릴 것이다. 추웠지만 괜찮았고, 불편했지만 따뜻했던 하루를.



추위의 이유, 왜 우리는 매년 겨울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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