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쏠비치 리조트 여행이 아니라 머무름에 가까웠다

바다가 가족의 얼굴을 닮아가던 날

by 하루담음

여행이란, 결국 함께한 사람의 표정을 오래 기억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진도로 향하던 날, 차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바다를 보러 간다는 말에 아이들은 기대보다 졸음이 먼저였고, 어른들은 일정표보다 창밖의 하늘을 더 자주 보았다. 그렇게 도착한 쏠비치는, 처음부터 우리를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바다를 내어주었을 뿐이다.


체크인을 기다리며 바라본 풍경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느리게 만들었다. 서두를 이유가 사라진 자리에서, 바다는 늘 그랬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수평선은 누군가의 설명 없이도 충분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더 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 한 장면이 알려주었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바다는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낮에는 아이를 닮았다가, 해가 기울면 어른을 닮았다. 말없이 변해가는 색을 바라보다 보니, 여행이라는 것이 꼭 많이 움직여야 완성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식사는 멀리 가지 않았다. 픽업을 타고 도착한 횟집에서, 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유난히 말이 없었다. 화려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맛.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듯한 정직함이 접시마다 담겨 있었다. 아이는 처음 먹어보는 회를 조심스레 씹었고, 어른들은 괜히 술잔을 천천히 들었다. 그날의 저녁은 배를 채우기보다는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밤이 되자 리조트는 또 다른 풍경이 되었다. 조명이 켜진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낮에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누구도 여행의 의미를 정의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


다음 날 아침, 테라스에서 바라본 바다는 어제와 닮아 있으면서도 조금 달랐다. 사람의 얼굴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처럼.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이 바다의 색 하나쯤은 오래 남을 것 같았다. 가족 여행이란, 그렇게 오래 남는 장면을 하나 더 갖는 일인지도 모른다.


체크인보다 남는 것 일정표엔 없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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