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로마 여행, 가장 조용한 계절에 만난 도시

2월, 돌 위에 내려앉은 햇빛을 기억하는 법

by 하루담음

겨울이 끝나기 전의 도시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느리게 만든다.


2월의 로마는 성급하지 않았다. 햇빛은 여전히 겨울의 각을 품고 있었지만, 골목의 돌바닥 위로는 봄을 예고하는 미세한 온기가 번졌다. 두꺼운 코트를 여민 채 걷던 아침, 숨을 내쉴 때마다 고대의 시간과 오늘의 시간이 겹쳐지는 듯했다. 오래된 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건네왔다. 나는 관광객의 걸음으로 걷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잠시 거주자가 된 기분이었다.


광장은 유난히 비어 있었다. 여름의 로마를 채웠을 수천 개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몇 개의 발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그 덕분에 도시의 표정이 또렷이 보였다. 균열 난 기둥 사이로 스며든 햇빛, 오래된 분수에 맺힌 물방울, 커피 잔 위로 피어오르던 김. 그 모든 장면이 말없이 나를 붙잡았다. 서둘러 사진을 찍지 않아도 괜찮았다. 기억은 그날의 온도와 냄새까지 함께 저장되고 있었다.


여행이란 결국 장소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나의 속도를 조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월의 로마는 나에게 기다리는 법을 가르쳤다. 버스가 늦어도, 식당 문이 닫혀 있어도, 도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느긋함 앞에서 나는 자연스레 조급함을 내려놓았다. 꼭 모든 것을 보지 않아도 괜찮고, 계획이 틀어져도 괜찮다는 사실이 마음을 가볍게 했다.


돌아와서도 종종 그때의 장면을 꺼내본다. 회색빛 겨울 하늘 아래서도 따뜻했던 오후, 말수가 적어졌던 나, 그리고 천천히 걷는 법을 다시 배운 시간들. 2월의 로마는 화려한 추억이기보다 조용한 기준이 되었다. 마음이 복잡해질 때마다, 나는 그 돌길 위를 다시 걷는다. 계절이 조금 늦어도, 인생이 잠시 멈춘 것 같아도, 결국 햇빛은 내려앉는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으니까.




천천히 걷는 도시, 로마가 내 걸음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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