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닫기 전, 꼭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들
여행 전날 밤은 언제나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바닥에 펼쳐진 캐리어와 그 옆에 놓인 옷가지들. 분명 여러 번 다녀온 여행인데도, 짐을 싸는 순간만 되면 마음이 괜히 분주해진다. 필요한 건 다 챙긴 것 같은데, 꼭 하나쯤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가방을 닫기 직전에 항상 멈춘다. 해외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떠올리면서.
여권과 항공권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불안해진다. 손에 쥐고 몇 번을 다시 확인한다. 충전기와 보조배터리는 챙겼지만, 콘센트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은 늘 출국 직전에야 떠오른다. 여행은 늘 이렇게 사소한 디테일에서 사람을 시험한다. 준비가 완벽할수록, 여행은 조용해진다.
짐을 싸다 보면 ‘있으면 좋은 것’과 ‘없으면 곤란한 것’의 차이가 또렷해진다. 상비약과 작은 파우치, 예상보다 자주 꺼내게 되는 멀티 어댑터.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짧고, 불편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체크리스트는 물건의 목록이 아니라, 불편을 미리 줄이는 방법에 가깝다.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준비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하지만 경험은 늘 같은 답을 준다. 한 번 빠뜨린 물건이 하루의 리듬을 얼마나 흐트러뜨리는지. 반대로, 잘 챙긴 하나가 여행 전체를 얼마나 편안하게 만드는지. 해외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는 결국 마음의 여유를 챙기는 일이다.
캐리어를 닫고 나면, 더 이상 손댈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 남은 건 떠나는 일뿐이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어쩌면 짐을 싸는 이 조용한 밤일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는 가장 많은 준비를 한다.
있으면 달라지는 것들 없을 때 가장 크게 느껴졌던 준비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