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를 아끼자, 여행의 얼굴이 달라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나는 항상 숙소 예약 화면 앞에서 잠시 멈춘다.
처음에는 국내 여행을 떠날 때도 습관처럼 호텔을 찾았다. 깔끔하고 안전하며,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어느 날 예약 버튼을 누르기 직전, 총액에 찍힌 숫자를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돈의 절반만 써도 같은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은 여행의 방향을 조금 바꾸어 놓았다.
숙박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마음먹은 뒤, 여행은 탐색의 시간이 되었다. 외곽의 작은 게스트하우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한옥 숙소, 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동네의 소박한 모텔까지. 조건은 단순했다.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아침에 창문을 열 수 있을 것. 그렇게 찾은 숙소들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밤늦게 도착해도 주인장은 조용히 인사를 건넸고, 동네 식당 정보는 지도보다 정확했다. 절약은 불편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걸 그때 알았다.
가성비 좋은 숙소에 머무르며 여행의 중심도 달라졌다. 방 안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비싼 조식 대신 근처 시장의 국밥을 먹었다. 숙소 비용을 아낀 덕분에 하루를 더 머물 수 있었고, 계획에 없던 골목을 걷게 되었다. 여행이란 결국 어디에서 잤느냐보다, 어디를 걸었느냐로 남는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지금도 나는 가장 싼 숙소를 찾지는 않는다. 다만 내 여행에 꼭 필요한 만큼만 지불하려 한다. 숙박비를 줄인다는 건 여행의 가치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더 많은 장면을 허락하는 일이었다.
같은 도시라도 머무는 방식이 달라지면 풍경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래서 다음 여행에서도 나는 다시 묻는다. 이 밤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질문은 늘, 여행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준다.
절약의 이유 숙박비를 줄였을 뿐인데, 하루가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