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다는 건, 나를 챙긴다는 뜻
낯선 도시의 공기는 언제나 내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방향으로 나를 밀어낸다.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가장 먼저 한 일은 설렘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불안을 접는 일이었다. 누군가 곁에 없다는 사실은 자유이면서 동시에 책임이 된다. 길을 잃어도, 배가 고파도, 밤이 길어도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 한편을 자꾸 건드렸다. 그래서 나는 캐리어 앞에 앉아 오래 망설였다. 무엇을 가져가야 이 여행이 나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혼자 여행의 필수품은 목록으로 정리되는 물건보다 감정에 더 가까웠다. 충전기와 보조배터리는 불안이 꺼지지 않게 해주는 장치였고, 여권 사본과 비상 연락처는 ‘혹시’를 견디게 하는 작은 보험 같았다. 편한 신발 하나는 나를 더 멀리 데려갔고, 작은 약 파우치는 몸보다 마음을 안심시켰다. 그 모든 준비는 여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혼자가 된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길 위에서 깨달았다. 혼자라는 이유로 더 조심하게 되고, 더 천천히 걷게 된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맞추지 않아도 되니 나의 속도를 존중하게 되었고, 그래서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준비해온 것들이 충분하다는 확신이 생기자, 낯선 골목도 두렵지 않았다. 혼자 여행의 안전은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믿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여행이 끝나갈 즈음, 캐리어는 처음보다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묘하게 단단해져 있었다. 혼자서도 괜찮았다는 경험이 남았다. 다음 여행에서도 나는 또다시 체크리스트를 만들겠지만, 결국 챙길 것은 같다.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 준비, 그리고 나를 믿겠다는 약속. 그 정도면 충분하다. 혼자 떠나는 길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니까.
혼자 떠날 때 혼자라서 더 챙겨야 했던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적어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