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가방을 싸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공항 바닥의 차가운 광택 위로 캐리어 바퀴가 미끄러질 때,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정말 이 정도면 충분한 걸까, 혹시 빠뜨린 건 없을까.
홍콩 여행을 준비하던 어느 밤도 그랬다. 창밖에는 비슷한 색의 가로등이 줄지어 있었고, 노트북 화면에는 ‘홍콩 여행 준비물 리스트’라는 제목이 떠 있었다. 단순한 체크리스트였지만, 그 안에는 도시의 결이 숨어 있었다. 습한 공기, 빠른 걸음, 현금보다 카드를 더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들의 풍경 같은 것들.
여권과 항공권은 말할 것도 없고, 홍콩에서는 전압 어댑터 하나가 생각보다 중요했다. 호텔 방에서 충전기를 꽂지 못한 채 밤을 보내는 상상을 해보면, 준비라는 건 결국 불편함을 미리 덜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얇은 겉옷 하나를 챙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낮에는 여름처럼 덥다가도, 쇼핑몰과 지하철 안에서는 계절이 바뀐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준비물은 옥토퍼스 카드였다. 교통카드이자 작은 지갑 같은 이 카드는 홍콩의 속도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잔돈을 세지 않아도 되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개찰구를 통과하는 그 짧은 순간마다, 여행자는 조금 더 현지인이 된다.
준비물을 하나씩 체크하며 깨달은 건, 여행의 완성도는 현지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출발 전의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었다. 덜 당황하고, 덜 헤매기 위해 우리는 미리 생각하고, 미리 챙긴다. 그 과정이 곧 여행의 일부가 된다.
가방을 닫고 지퍼를 올리는 순간,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졌다. 홍콩이라는 도시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처럼. 여행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준비를 통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준비된 마음은 낯선 거리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여유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든다.
여행 준비의 온도 홍콩 여행이 편해지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