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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쥐꼬리 Jun 07. 2024

당신의 워홀을 가장 쉽고 빠르게 망치는 방법

안에서 게으른 자, 밖에서도 게으르리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온 지도 어언 7개월 차.

나는 호주에 오기 전부터 '포크리프트 면허를 따서 시급 50불씩 받아가며 2년 안에 1억 저축하기!'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꿈이 너무 컸던 탓일까?

호주 워홀 반년 차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축은커녕 함께 워홀을 온 남자친구에게 빚을 지고, 가장 피하고 싶었던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 찬스를 2번이나 쓰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반년 동안 열심히 '망친' 워홀을 통해 깨달은 '워킹홀리데이 와서 가장 하면 안 되는 일 3가지', 즉 당신의 워홀을 가장 쉽고 빠르게 망치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계획했던 일 미루기

보통의 워홀러들은 일주일 정도 지낼 호스텔을 예약하여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은행 가입&카드 만들기, 택스넘버 발급받기, 호주 운전면허증 만들기, 집 구하기, 잡 구하기 등등의 일을 일주일 안에 끝낸다고 한다. 그와 달리 나는 이 모든 일을 수행하는 데 대략 3~4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우리가 집과 잡을 구하던 작년 11월에는 세계 각지에서 워홀러들이 너무 많이 모여 들어갈 쉐어하우스가 없었다는 변수가 한 몫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게으름과 일을 미루는 습관이 주원인이라고 본다.


호주워홀의 주 목표였던 포크리프트 면허도 호주워홀 7개월 차인 최근에 땄으니 말 다했다.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온 호주니까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나처럼 게으름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2. 자금 적게 가져오기

당신의 워홀을 불안하게 할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는 '부족한 자금'! 나 같은 경우는 호주에 오기 전부터 3개월 동안 떨어져 지낸 남자친구 요한이가 한국에 와서 2주 정도 함께 한국에서 지내다가 같이 호주로 가자고 약속을 했던 터라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의 지출이 꽤나 있었다. 그래서 원래라면 1000만 원 가까이 가져가려고 했던 자금계획을 급하게 600만 원 언저리로 수정해야 했다.


수많은 워홀러들이 너튜브나 블로그에서 말하듯, 워홀 자금은 워홀러 본인에게 아주 큰 힘이 된다. 넉넉한 자금은 불안, 건강하지 않은 식단, 그리고 부당하게 시급 덜 주는 직업으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결국 가장 피하고 싶었던 한인잡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매주 돈 스트레스로 불안을 겪어야 했다.


그러니, 불안정한 타지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최대한 많은 자금을 모아 오는 것을 권하겠다. 특히 요즘처럼 워홀러가 넘쳐나서 집과 잡을 구하기가 어려운 때에는 더더욱!


3. 불안해하기'만' 하기

나는 작년 11월에 워홀을 와서 첫 번째 한인잡을 12월 중순, 두 번째 한인잡을 2월 말 경에 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잡과 두 번째 잡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비교적 긴데, 그동안 주제도 모르고 '한인잡은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마트, 바틀샵 등에만 지원하느라 시간 낭비를 한 것이다. 당연히 그쪽에서는 특출 난 재능이나 어마어마한 경력도 없는 나를 채용해 줄 리 만무했고 그러는 동안 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빈털터리가 되었다.


지금도 후회하는 것은 2달 가까이 나는 불안해하기'만' 했다는 것인데, 헛발질할 시간에 한인잡이라도 재빠르게 구해서 다녔다면 불안했던 기억은 조금 덜 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니 호주 워홀에 대해 너무 안 좋게만 풀어놓은 것 같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바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 호주에 와서 내가 상당히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해외에서 사는데 자금마저 부족하니 불안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교환학생이나 유학 경험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전무해서 해외 경험이라고는 여행 밖에 없어서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호주 생활을 하다 보니 만 20살도 전에 미국으로 유학 갔던 우리 언니, 워홀만 세 번째인 남자친구 요한이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언니는 부모님의 지원, 요한이는 15살 때부터 일해서 모은 넉넉한 저축금이 있어서 불안감이 덜 했을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자금의 중요성!


지금 생각해 보면 마지막 방황이라고 생각하며 온 호주에서조차 방황만 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쌓여 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해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왔던 것 같다. 호주라는 새로운 환경에 게으른 나를 놓으면 자동으로 부지런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와서 보니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것. 그것이 내가 경험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결국, 이 글은 워홀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당신을 위한 소소한 정보글이자 나 보라고 쓰는 반성문. 

이 글을 보는 당신의 워킹홀리데이는 나보다 찬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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