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한 전시회에서 다큐멘터리를 전시했다. 주제는 고독사하는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업체의 이야기이다.
이들을 특수 청소업체라고 한다. 누군가의 흔적을 지우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경찰도 꺼려한다는 고독사 현장을 사건이 정리된 후 현장을 청소하러 투입된다. 그들은 도착해서 끔찍한 현장을 마주한다. 고독사의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 사체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것들은 부패하고 주변을 어지럽힌다.
고독사 한 분들은 대개 유가족의 관심에서 벗어난 경우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고독사라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노환으로 죽는 노년의 이야기뿐 아니라, 중년의 가장, 청년의 이야기까지 모두의 죽음을 다루었다.
그들의 장롱을 정리할 때 신기한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들의 장롱에는 옛것들로만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자식이 어릴 때 찍은 사진, 초등학교 졸업장, 어릴 때 쓰던 포대기 같은 것들이다. 그들의 씁쓸한 상황을 전달하는 다큐지만,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장롱에는 새것이 없었다. 해진 옷들, 그리고 과거 추억이 될만한, 대부분의 것들이 자식의 추억이었다. 그것들을 자식들은 챙기지 않았다. 모두 불태워 달라는 의견이었다. 그들의 속사정을 물론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부모가 보관한 본인의 것들을 챙기지 않았다.
21년 서울시는 고독사 예방사업을 강화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미리 위험군을 발굴하고, 고위험군을 추리는 식이다. 고독사 예방정책을 펼치는 기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고독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모두 조사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안타까운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고위험군을 핀셋처럼 찾는다는 것에는 회의적이지만 말이다. 고독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20살 때 대학교 진학을 이후로 지금까지 명절에나 집을 찾았다. 집에는 부모님이 신혼 때 마련한 장롱이 있다. 신혼의 추억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가구 버리는 비용이 아까워서일까. 자식 된 마음에서 제발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독사하는 사람의 특징이 옛것들로 채워진 장롱이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옛것들 가득 채운 장롱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경향을 가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옛것들로 채워진 부모님의 장롱이 원망스럽다. 장롱 안엔 나의 졸업장, 나의 어릴 적 사진앨범, 나를 포개어 다니던 포대기가 있다. 부모님의 것은 없었다.
공간을 낭비할 만큼 집이 큰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큰 장롱은 방 한 칸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아빠, 이사 가면 장롱이니 식탁이니 아부지 결혼할 때 산건 알겠는데 좀 버리면 안 돼?'
아부지가 내 마음을 알까.
전시회 이후로 집을 생각하면 엄마의 밥보다 방 한 칸을 다 차지하고 있는 장롱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