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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 마이 데이지 Dec 27. 2021

30대, 성공 못한 사람

30대, 성공 못한 사람




20대 초반에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갔지만,

일본에서 알아주는 미대에서 우수작 중 하나에 뽑혀 무사히 졸업을 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졸업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에 뿌듯함과 기특함을 느꼈다. 그리고 건강 악화가 이런 감정에 불을 지펴 나를 오만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 그림을 그리고 하루종일 독박 육아를 하며 시어머니, 시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정말 열.심.히 사는 스물넷의 어린 애엄마.


그 누구도 나의 고된 하루를 인정하지 않는 시기였다.


학생이기에, 며느리이기에, 엄마이기에 당연한 일로 치부되었고 나 스스로가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기특하지만 애틋하게 하지만 좀 과하게… 그렇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20대를 살았다.


그럼 오만스러운 나의 20대는 실패작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시간 동안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다.

다만, 나만 기억하고 나만 신경쓰는 쪽팔리는 일들이 좀 있다는 것 뿐…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럼 30대에는 성공을 거머쥐었나?


그것도 아니다. 온전히 작가로서 사는 삶을 40대로 미루었다. 그리고 지금은 영국에서 한식을 팔고 있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바쁘다.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오히려 행복하다. 나의 삶을 내 손에 쥐고 살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실패한 삶도 성공한 삶도 내 손에 있다는 느낌.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선택하며 산다는 것. 이것만큼 지독히 행복한게 따로 없다.


사춘기 때 지랄 맞던 곱슬머리처럼, 꼭 필요한 그런 시간을 잠시 보내다 30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가닥 한가닥이 소중한 30대를 보낸다.


40대가 되면 동네 미용실 파마가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르고, 건강하고 숱 많은 머리를 가질 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든 그 시간을 나에게 필요한 시간으로 만드는 건

나의 몫.


 “30대, 성공 못한 사람”의


40대를 위해 “지금”을 또 “잘”살아보자.




2022년을 기대하며….




© illustrator 라지한판



© illustrator 라지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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