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나에게 주는 안식년.

적당히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을 찾아주려 합니다.

by Leafcat

10대. 하고싶은게 참 많을 나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내 십대는 그렇지 않았다. 내 10대는 무얼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그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20대 역시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성적에 맞춰 적당히 간 대학에서 적당한 학과를 선택했고, 적당한 때 입대를 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적당히 공부했다. 그렇게 적당히 열심히 살아온 덕분일까? 적당한 대기업에 취직해 그럭 저럭 사회에 적응하며 30대를 맞이했다. 그 30대도 절반을 지나고 있을 서른다섯. 재수도 휴학도, 이직 한번 없이 적당히 쉼없이 달려온 나의 35년의 삶에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9년을 꽉 채워 다닌 회사였다. 이직이 잦은 개발자 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퇴직을 봐 왔지만 막상 내가 그만 두려니 그만두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여러 번의 면담과 내 스스로의 변심을 거쳐 결국 1년간의 무급 휴직을 얻어냈다. 무모함과 현실감의 작은 타협이었다.

내 결정을 들은 주변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 다양했다. 응원해 주는 사람들, 부러워 하는 사람들, 뭘 하려는 건지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들, 한심하게 바라보는 사람들까지. 각자가 살아온 인생의 다름 만큼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반응을 보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차 나는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뭔가 하고싶은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뚜렷하게 뭘 하고 싶은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10대 시절과 크게 다를게 없다.


1년간의 휴직이 결정 나자마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작은 오피스를 하나 빌렸다. 나를 위한 안식년이라고 방구석 백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여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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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지도 모르는데 거창하게 사무실까지 구했다. 사실 나는 하고싶은게 없었던게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인데 그냥 전부 지나쳐 버린게 아닐까.


지금까지의 35년이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른 채 그냥 적당히 살아 왔다면, 앞으로의 35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는 알고 살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안식년은 나에게 그걸 찾아주기 위한 나만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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