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학년 보경이'
한국 제목으로는 <4학년 보경이>지만, 영어로는 <A DANGEROUS WOMAN>, 즉 위험한 여자라는 제목을 붙인다. 어떤 의미의 제목일까? 우선, 영화 <4학년 보경이>는 관계와 권태에 대한 탐구를 지닌 작품이다. 약 28분이란 러닝타임에서 ‘보경’이를 통해 관계와 권태에 대해 간결하고 묵직하게 다룬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옥섭’ 감독은 4년의 시간을 통해 발생된 권태, 그리고 새롭고 설렘을 느끼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경’이로 하여금 적나라하게 비춘다. 영화 <4학년 보경이>에는 주요 인물이 3명 등장한다. ‘보경’과 ‘덕우’, 그리고 ‘백선배’다. ‘보경’은 4년간 연인으로 지낸 ‘덕우’에게 권태를 느낀다. ‘덕우’와 관계에서 느끼는 익숙함이 권태로 이어지고, ‘백선배’에게서 느끼는 설렘과 새로운 자극으로 인해 대립하는 양자적 감정에서 ‘보경’은 갈등한다. ‘이옥섭’ 감독은 간결하고 독특한 영화의 호흡으로 <4학년 보경이>를 전개한다.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을 보여주기보다 틀에 맞춘 간결함을 추구한다. 그리고, 한정적인 공간을 포함한 영화의 미장센을 통해 삼자간 인물들의 거리감을 표현한다. 여기에 주연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가 영화의 힘을 더한다. 대사부터 행동까지 간결한 호흡으로 풀어가며, 배우들의 표현은 ‘찌질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인물들에게 맞춘 시나리오와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영화는 더욱 현실적으로 비치고, 짧지만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 <4학년 보경이>의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이옥섭’ 감독의 시선을 살펴본다.
제목에서 ‘보경’이는 4학년이라고 알려준다. 4학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4년제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기 전의 단계다. 보통 4학년은 새로운 준비를 하는 시기로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있는 때다. 여기서 ‘보경’이를 4학년으로 설정한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4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덕우’와 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시간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백선배’와의 만남은 어느정도 기한이 다한 연애로부터 졸업을 준비하고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인간의 일반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여기서 영화의 제목이 인 것은 인상적이다. 4학년의 시기를 위험하다고 표현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이는 사회에 진입하기 전의 불안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경’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는 관계에 대한 불안, 즉 권태를 경험하는 시기일 것이다. 권태와 새로움의 대한 욕망이 교차하는 시기, 인간의 교묘한 감정을 영화 <4학년 보경이>는 3명의 인물을 통해 흥미롭고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구교환’ 배우의 현실 연기를 경험할 수 있다. ‘구교환’ 배우는 이 때부터 진짜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찌질한(?) 연기를 잘했던걸까? 가벼운 듯 현실적인 연기로 ‘덕우’를 그려나간다. ‘보경’이에게 익숙함과 편안함을 안겨준 ‘덕우’를 늘 자리를 지키는 소나무처럼 표현한 듯 싶다. 반면, ‘보경’ 역으로 분한 ‘김꽃비’ 배우는 다채롭다. ‘덕우’ 앞에서는 무미건조함을 입고, ‘백선배’ 앞에서는 풋풋하고 설렘을 느끼는 ‘보경’이를 적절하게 표현한다. 영화 <4학년 보경이>에서 당연한 듯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보경’이는 상대역에 따라 표정과 대사의 톤이 극명하게 바뀐다. 그 명확한 구분으로 ‘보경’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익숙한 관계에 대한 권태, 그리고 새로운 자극을 가진 관계에 대한 설렘을 동시적으로 품고있다. 여기에 ‘백선배’는 감초같은 역할로 ‘보경’이의 감정을 흔드는 인물로 자리한다. 3명의 배우가 짧은 러닝타임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옥섭’ 감독은 ‘보경’이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저 거리를 둔채 3명의 인물을 바라보며, 그들의 관계를 방관한다. 특히,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간결하고, 자신이 가진 독특한 호흡으로 영화를 완성한다. 각본까지 맡아 영화의 전체적인 틀을 구축한 ‘이옥섭’ 감독은 극 중 대사에서도 영화의 개성을 확립한다. 간결한 대사와 상황과 관계에 따른 역설적인 대사들이 관객들에게 때로는 몰입과 공감을, 때로는 거리감을 두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단편 영화의 특성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장소(로케이션)에 관한 것이다. 영화 <4학년 보경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장소가 많이 등장한다. 거기서 ‘이옥섭’ 감독은 화려하지 않은 정적인 연출과 그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처럼 ‘이옥섭’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인물, 관계에 대한 진솔한 시선, 그리고 담백한 연출이 영화 <4학년 보경이>의 중심이자 매력이며, 힘이다.
* 평점 : 3.5 (추천)
* 한 줄 평 : 인간의 관계와 권태에 대한 펼쳐지는 흥미로운 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