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by 병우

역사


산업화 이전에는 소금의 대부분을 식품의 저장에 이용했는데, 소금의 수급이 가능한지 여부가 필수적인 문명의 존속 조건이었다. 소금이 없으면 겨울이 있는 곳에서 살 수 없었다. 산과 들에 채소가 사라졌을 때 절인 채소라도 없으면 비타민C 결핍으로 괴혈병에 걸렸다. 풀이 없어지면 가축에 먹일 사료도 구하기 어려워지므로 그 전에 대규모 도축과 축제가 벌어졌고, 그 기간 잠깐 신선한 고기를 먹고는 모두 염장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집집마다 냉장고 대신 소금통에 무언가를 담가놓고 꺼내 먹었다. 조선시대 임금님의 밥상조차 종종 밥과 국 빼고는 염장하거나 말렸던 음식으로만 채워야 했다.


겨울이 없는 지역이라도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한 빠른 부패가 문제였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소금이었다. 채소야 늘 있으니 괜찮았지만, 고기나 생선은 염장을 해도 더 쉽게 상했기 때문에 염장과 건조를 모두 활용했다. 건조가 쉬운 사막 지역은 염장식품에 가장 덜 의존한 식문화가 남아있다. 너무 추워 부패가 어려운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 주요 농업지역에서 염장 식품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우리가 냉장고에 넣어놓는 것이 대부분 염장으로 보관되었다고 할 정도였다.


소금은 필수 영양소이기 때문에 식품 저장에 쓰이기 훨씬 이전부터 동물과 사람은 소금 주변에서 멀리 벗어나 살 수가 없었다. 최초의 도로는 소금을 섭취하러 이동하던 동물들이 만들었던 길을 따라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곳 또한 해안이거나 소금을 구하러 다닐 수 있는 도로 또는 강으로 연결된 곳뿐이었다. 내륙의 암염이 풍부한 지역에는 광산과 마을, 정제시설이 생겼다. 가장 오래된 소금마을 유적은 6000년 정도 된 것인데 정착 농경으로 인구가 폭발하던 시기와도 꽤 일치한다.


이후로 늘 소금의 생산과 관리는 공동체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다. 소금 광산 옆에 나라의 수도를 건설하거나 국가가 소금 유통을 독점하는 일은 아주 흔했으며, 소금 생산지는 언제나 최우선적인 전략 거점으로 취급되었다. 소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최초의 부가가치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일정량의 소금을 소비해야만 했으므로 사람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복잡한 행정체제 없이도 적용할 수 있었다. 일부 고대 국가에서 소금세는 국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고 추정할 만한 기록들도 많다.


흙, 석회 등이 섞인 대부분의 암염 덩어리는 용해, 침전, 정제, 끓이기를 거쳐 순도가 높은 흰 소금을 만들 수 있었으나 그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히 높아 매우 귀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불순물이 섞인 암염을 그대로 씹어 먹어야 했으며, 국물 요리에 돌소금을 녹인 경우 아래의 침전물은 버리는 관습 등이 남았다. 암염 기반의 문화권에서 흰 소금은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사치품이었다. 테이블 위에 흰 소금(그리고 후추)을 두고 맘껏 뿌리는 것은 원래 부의 상징이었다.


바다를 접한 지역에서는 바닷물을 말려 소금을 얻었다. 기후가 소금을 말리기 좋은 곳에선 그저 바닷물을 따로 가두어 말리면 그만인데, 지중해, 중동, 멕시코 등이 그러한 환경이다. 반면 비가 자주 오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끓여서 말리기 위해 연료를 소비했다. 한반도도 이런 경우였는데, 이러한 정제염들은 생산 비용이 높았지만 그냥 말린 천일염에 비해 불순물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한국은 염장문화가 발달했으니 소금이 흔했을 것 같지만, 소금을 쉽게 생산하던 지역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소금을 아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예를 들어 김치의 염도는 염장채소 치고는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김장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소금을 쓰면서도 많은 양의 채소를 보존할 수 있게 하는 염장과 발효기술의 합작이었던 셈이다. 해안 지역에서는 절일 때 대량의 소금 대신 구하기 쉬운 해수를 이용했으며 지금까지도 그런 전통이 남아있다. 유산균을 활용해 소금을 절약한 흔적은 식해에서도 보인다. 식해는 소금이 더 귀한 내륙과 북부 지방에서 발달했다. 외국요리에서 많이 보이는 소금에 음식을 묻었다가 씻어내고 쓰는 식으로 소금을 과하게 사용하는 전통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우리의 염장 문화는 아무리 보아도 딱 상하지 않을 만큼의 소금만 넣어 만든 것들이다.


우리의 밥상 관습에 대해, ‘아무 맛도 없는 밥을 많이 먹기 위해 짠 반찬을 먹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짜게 만든 반찬들’에 맞추어 먹기 위해 ‘얼마든지 간을 조절할 수 있는 밥과 국을 굳이 싱겁게 또는 적당히 간맞추어’ 함께 먹었다고 보는 편이 논리적이지 않을까? 밥도 귀했지만 소금과 반찬도 귀했다. 그리고 밥을 굳이 아무 맛도 없게 만들어 먹을 이유는 없었다.


선조들에게 어느 것도 낭비하지 않으면서 맛과 건강까지 생각하는 밥상을 구성하려는 지혜와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족함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것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왜 우리 밥상에서 밥이 계속 줄어드는지 금방 이해된다. 냉장고 덕에 반찬이 덜 짜기 때문이다. 전통이 사라져간다며 안타까워 할 일이 전혀 아니다.


소금의 정제 비용은 19세기 말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불순물 제거는 몇가지 약품을 넣어 간단히 해결하며, 진공 증발관을 이용해 더 적은 연료로 빠르게 소금물을 끓인다. 암염은 직접 캐내는 대신 파이프를 꽂아 물을 뿌려 소금물을 빨아올리는 방식이 개발되어 한 차원 높은 현대화가 이루어졌다. 이온 교환막 방식은 바닷물 전기분해로 고농축 소금물을 분리해내며, 바다와 전기만 있으면 굉장한 고순도의 소금 생산이 가능하다. 대규모 천일염전도 기계화로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종류


과거에는 소금을 불순물을 얼마나 정제했는지에 따라 구별했다. 모든 소금 가공의 목표는 순도를 높이는 정제가 핵심이었으며 다른 차이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로 정제 문제를 해결한 후 소금은 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구별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소금의 양은 엄청나지만, 그 중 식용으로 쓰이는 것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소금은 화학공업, 제설, 물 연수화 등에 쓰인다. 한 생산지의 소금이라도 공정에 따라 식용 또는 비식용으로 나뉠 수 있다. 중금속을 포함한 불순물의 양, 첨가물의 위해성 등이 전혀 다르므로 반드시 식용 소금만을 섭취해야 한다. 기념품으로 산 목욕용 소금이나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은 암염 등을 섭취하면 위험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금은 현대식 공정을 이용해 만들며, 생산성이 높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암염 용해 소금이다. 이렇게 생산한 것 중 공업용 소금은 국산 천일염에 비해 가격이 ⅕ 이하 수준으로, 우리도 이미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 지 오래다. 식용 등급 역시 식품 공장이나 식당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반 소비자가 이용하는 시장이나 마트에서는 수입산 소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 소비자의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싼 소금을 찾지 않으니 일반적인 소금의 소매 가격은 한국이 평범한 나라보다 2-3배 비싼 편이다.


한국의 식품공전에서는 소금을 6가지로 분류한다. 천일염, 재제소금, 정제소금, 태움/용융소금, 가공소금, 기타소금이다. 이들 분류에는 각각의 제조방식과 요구되는 염화나트륨 함량 등이 정해져 있으며,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 명칭으로 판매할 수 없다.


정제한 암염은 세계적인 주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수입품인 탓인지 기타소금에 속한 여러 소금 중 하나로 취급된다. 규정상 정제소금은 이온 교환막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며 순도는 95% 이상이어야 한다. 이온보다 큰 것은 거의 다 걸러지는 공정의 특성상 실제로는 99% 이상의 염화나트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염을 정제하는 것보다는 생산비용이 높아 암염이 없는 한국이나 일본 정도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렇다고 해도 천일염이나 전통식 소금보다는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가공소금은 35%, 천일염은 70%, 재제소금, 기타소금, 태움/용융소금은 88% 이상의 염화나트륨 함량이 기준이다. 나머지 부분은 첨가물이나 수분, 미네랄 등이다. 그러므로 같은 무게의 소금이 내는 짠맛도 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방식에 따라 결정의 크기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종류의 소금도 밀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소금을 계량할 때는 어떤 소금인지를 확인하고, 부피보다는 무게로 측정해야 정확하다.


해수에 들어있는 여러 미네랄은 농도와 용해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농축되는 과정에서 결정화되는 순서가 다르다. 가장 먼저 칼슘염이 생기며, 그 다음으로 염화나트륨이 결정화된다. 농축되어 염화나트륨이 대부분 결정으로 변한 뒤에도 마그네슘과 칼륨염은 아직 액체 상태로 남아있는데, 끝까지 모두 말리면 쓴맛이 나기 때문에 천일염은 이 때 건져서 해수를 털어낸다. 이 때 남은 해수를 간수라고 부르는데 예전부터 두부 생산에 쓰였다. 건져낸 천일염에도 처음에는 고농도의 간수가 묻어 있는데, 간수 성분인 염화마그네슘은 공기중의 수분을 끌어들여 스스로 녹는 조해성이 있다. 그래서 소금을 축축하게 유지하며 시간이 흐르면 물과 함께 천천히 씻겨 내려오는데 이것이 수년에 걸쳐 일어나는 간수 빼기이다.


간수를 빼는 데 수년을 투자하는 것은 한국 천일염이 유일하다. 해외의 천일염은 건조 환경이 좋으면 그대로 끝까지 말리기도 하고, 식용으로 쓸 때는 일반적으로 고농도 염수 세척으로 간수를 제거한다. 그런데 이 때 칼슘염도 같이 제거된다. 한국 식으로 천천히 간수만 빼면 칼슘을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 칼슘 이온에는 채소나 과일의 세포벽의 재료인 펙틴과 결합해 구조를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김치를 아삭하게 유지해준다. 한국식 간수 뺀 천일염을 쓸 수 없는 경우, 대안으로 젖산칼슘 등으로 기능성을 보충할 수 있다. 간수가 아직 안 빠진 천일염을 써야 할 때는 정제염을 최대 용해도까지 녹인 소금물에 천일염을 세척하면 빠르게 간수를 제거할 수 있다.


한반도는 여름이 습하고 갯벌에 물이 고이지 않아 원래 천일염을 생산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에 바닥에 토판을 까는 공법을 도입해 시작했으나, 기후는 어쩔 수 없어 일년 내내 생산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생산이 가능한 봄과 가을에도 햇볕 못지않게 바람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며, 종종 오는 비를 막기 위한 노력도 별도로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도 외국의 천일염에 비하면 생산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과거 한반도에서는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바닷물을 끓이는 방식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갯벌흙에 바닷물을 부어 말리기를 반복해 소금기를 농축한 뒤(함토), 여기서 진한 소금물을 추출해(함수) 끓이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갯벌도 없는 지역에선 말린 모래를 이용하거나 바로 끓였지만, 효율이 훨씬 떨어져 지역에서 소소하게 소비되는 정도였다.


갯벌에는 조개와 갑각류 등이 오랫동안 많이 살아왔기 때문에 갯벌흙을 씻은 함수에 칼슘과 유리 아미노산이 농축되는 부수효과가 있다. 아미노산도 알라닌, 글리신이 가장 높은 농도로 남아있는데 이는 조개, 게, 새우에 많은 아미노산이다. 유사한 성분의 다른 재료와 함께 사용한다면 묻혀버릴 정도로 적은 양이지만, 소금 자체가 돋보이는 조리법의 경우에는 의미 있는 맛의 차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끓여서 말리는 방법이기 때문에 간수 성분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흔히 같은 자염이라고 생각하는 영국 말돈 소금의 경우, 끓이다가 결정이 생기는 대로 건져내는 방식을 써서 거의 99%의 염화나트륨 소금을 만든다. 조해성을 없애 특유의 식감과 결정 모양 유지를 추구하는 소금이며 우리 자염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인 조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재제(‘다시 만든’)소금이다. 암염 용해 채굴 방식처럼 소금에 물을 넣어 녹이고 정제한 뒤 다시 건조하는 방식을 말한다. 소금 광산이 없는 한국은 천일염, 특히 수입산을 녹여 정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리용으로 인기가 좋아 정제염을 다시 녹여 꽃소금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일반 소비자에게는 정제염의 이미지가 탐탁지 않은 듯 하다. 시장에서는 재제소금이란 식품유형 대신 꽃소금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외국 소금 중 일부는 고결방지제를 넣어 수분을 흡수하고 굳는 것을 방지한다. 고결방지제가 들어간 소금은 습한 날에도 찰랑거리는 상태를 유지해 소금통을 이용해 뿌려 쓰기 좋다. 한국 소금 중에서는 맛소금에 들어 있다. 해산물 섭취가 적은 내륙 지방의 영양 결핍을 방지하기 위해 요오드를 첨가하는 소금도 있다. 해조류로 충분한 요오드를 섭취하는 한국 시장에서는 찾기 힘들다.

작가의 이전글바다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