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보기

by 병우

간 좀 볼래?


요리할 때 누가 옆에 있으면 늘 하거나 받는 질문이다. ‘맛 좀 볼래’와 미묘하게 다른 표현이면서도 꽤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한국적인 표현이다. 함께 먹을 사람의 입맛에 맞추겠다는 배려의 뜻이 되기도 하고, 내 입맛에 자신이 없어 확인받기 위해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큰 일을 맡았을 땐 책임을 나누려는 마음이 담겨있기도 하고, 완벽한 걸 알면서도 그저 칭찬받기를 기대하며 하는 말이기도 하다.


명절에 모인 친척들 사이에서는 소통하며 완성시키는 역할을 하는 질문이지만, 프로 요리사가 자기 입맛에 확신이 없어 버릇처럼 이 말을 해야 한다면 문제가 된다. 내가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경력이 수십 년 된 사람조차 이 간 맞추기에 자신이 없어 서로 확인받고, 심지어 염도계를 사용해 다시 확인하면서 기계한테 정답을 받아야 안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유효한 방법이긴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우선은 소금과 소금이 들어있는 재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짠맛을 내는 것은 염화나트륨, 정확히는 나트륨 이온이다. 염화나트륨의 농도는 간수가 덜 빠진 천일염에는 최소 70%부터 건조와 정제가 잘 된 소금은 99% 까지 다르다. 당연히 같은 무게로 계량을 하면 짠 정도가 다르다. 요리에 많이 쓰는 꽃소금도 브랜드별로 또는 보관상태에 따라 수분 함량이 약간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잘 말려서 곱게 갈아 이용하면 늘 비슷한 상태로 쓸 수 있다.


소금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밀도도 다르다. 결정이 작고 동그랄수록 밀도가 높은데, 고운 정제염에 비해 굵고 네모난 천일염은 밀도가 70% 정도밖에 안된다. 앞에서 다룬 차이까지 고려하면, 축축한 천일염과 바싹 마른 정제염을 같은 부피로 계량하면 실제로 들어가는 염화나트륨은 거의 2배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피 계량은 반복적으로 검증된 특수한 상황에서만 쓰는 것이 안전하다.


간을 할 때는 소금이 포함된 조미료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그 조미료에 들어있는 나트륨의 양을 알고 있으면 계량에 도움이 되고 레시피를 설계할 때 더 섬세한 조절을 할 수 있다. 영양성분에 표시된 나트륨 함량을 기준으로 역산할 수 있는데, 나트륨 함량에 2.54를 곱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나트륨 함량이 6450mg/100g 인 간장이라면 염화나트륨이 16.4g/100g 정도 들어있다고 역산할 수 있다. 나트륨 일부가 간장의 아미노산과 결합하면 짠맛이 약간 줄어들기 때문에 이 수치보다 1-3% 낮게 보아야 하지만 이대로도 실무에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오차이다. 이렇게 하면 다른 간장, 액젓, 소금으로 바꾸는 식의 레시피 조정을 할 때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소금은 짠맛을 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짠맛은 그 자체로는 그다지 유쾌하다고 하기 어렵다. 맹물에 소금을 넣고 맛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바닷물은 마시기 힘든 것처럼 어느 정도의 양이 넘어가면 거부반응이 오기도 한다. 나트륨이 결핍된 상황에서는 어떤 소금이라도 찾게 되지만, 우리가 평범하게 요리하고 먹을 때 미각의 영역에서 소금이 실제로 하는 중요한 역할은 다른 맛들을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소금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혀에서 더 강하게 수용되도록 돕는다. 맹물에 소금을 타서 먹는 것에 비해 고깃국에 소금을 넣으면 같은 농도라도 훨씬 큰 맛의 증폭이 생긴다. 감칠맛 성분을 우려낸 국물에 소금을 넣을 때에는 짠맛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감칠맛을 간 보는 것이다. 고기나 생선에 밑간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금이 없으면 제맛이 안 나는 것은 맞지만, 그 ‘제맛’의 본질은 짠맛 그 자체가 아니다. 이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맛이 부족하다고 소금만 계속 넣는 우를 피할 수 있다.


우리 몸은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한편 경계한다. 약간의 기름기가 있는 경우엔 그 고소함과 영양분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가면 혀를 포함한 입안 점막을 덮어버려 감각을 바꾸고 뇌에서는 ‘느끼하다’는 지령을 내려보내 그만 먹도록 만든다. 과한 지방은 설사를 유발하니 중요한 시스템이다. 지방이 잘 유화된 경우에는 뇌가 이것을 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인식하여 보다 넉넉하게 허용하지만, 유화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금이 특별한 역할을 한다. 짠맛의 자극이 기름이 덮어 놓은 혀의 감각을 계속 일깨워 뇌에서 ‘느끼하다’는 신호를 내보내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방을 조금씩 먹을 때의 좋은 기분만을 계속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금 넣은 기름장이나 감자칩 등이 정확하게 그 효과를 내는 경우다. 부침개에 간장, 김에 참기름과 맛소금 같은 조합은 감칠맛 증폭까지 함께 누리는 경우라 하겠다.


하지만 이 방식은 몸을 속여가며 맛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미각적 쾌락이 강할 때는 느끼함 뿐 아니라 배부름을 느끼는 신호조차 억제한다. 먹을 때야 좋지만 과식의 원흉이기도 하므로 양의 조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간이 적당한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혈액의 염도가 0.9%이므로 간도 여기 맞추면 적당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혈액의 염도를 조절하는 것은 배출 시스템이지 흡수 시스템이 아니다. 하루에 1g 이상의 소금을 섭취하면 우리 몸이 알아서 0.9%를 조절한다. 물론 그 조절 과정에서 혈관이나 신장이 무리할 수 있어 '총 섭취량'은 주의해야겠지만, 적어도 혀로 느끼는 '맛의 농도'를 혈액 농도에 맞춰야 할 과학적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짠맛이 전혀 없어도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특정 염도를 몸이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설명이 더 필요하다.


그보다는 특정 음식에 대해 특정한 짠맛에 대한 기대와 허용치가 집단적으로 형성되는 문화 현상이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마저도 관습적, 지역적, 문화적으로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숭늉과 된장국, 된장찌개와 쌈장에 기대되는 짠맛은 각각 다르다. 포카칩의 염도는 0.97% 인데 미국의 Lay’s Original 감자칩의 염도는 1.54%에 달한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30년 전과 오늘날의 적당한 것이 다르다.


음식에 들어있는 소금의 양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농도는 0.3% 정도이다. 이것은 음식을 먹을 때 추가적으로 분비되는 침의 염도이기 때문에, 그 이하의 염도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는 진화의 결론이다. 따라서 맛을 목적으로 음식에 간을 할 때는 최소한 그 이상의 영역에서 선택한다. 응당 간이 더 세야 한다고 기대되는 음식에 이 정도만 넣으면 싱겁다고 할 수 있지만, 짠맛의 존재감을 주는 데 만족한다면 0.4-0.5%의 간도 적절할 수 있다. 콩국수에 소금을 넣을 때, 이 정도에서 만족하는 사람도 많다.


많은 연구에서 음식의 적당한 소금 농도 찾기를 시도했다. 특히 감칠맛과 짠맛이 중심인 국물요리를 대상으로 한 경우 그 결과들이 대체로 0.5-1.3% 내의 개인차로 수렴한다. 적어도 국물요리나 야채, 고기의 밑간에 한해서는 실제로 요리할 때에도 대부분은 이 범위 안에서 결정한다. 일반 식당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요리할 경우에는 0.7-1.0% 사이가 더 안전하다. 사용하는 소금이나 상황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이런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요리하면 크게 간이 틀리거나 들쭉날쭉하는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론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변수 또한 많기 때문이다.


무엇과 같이 먹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모든 음식의 간이 비슷할 필요는 없다. 파스타를 소금물에 삶아서 소스와 간이 따로 놀지 않도록 의도하기도 하지만, 싱거운 상추에 쌈장을 넣는 대비를 즐기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아무리 짠 반찬도 밥에 조금씩 올려 먹으면 힘들지 않다. 조금 부족한 느낌의 소금으로 적당히 밑간 한 생선전을 다시 묽게 만든 간장양념에 찍어먹는 것은 전체적으로 적당한 간을 유지하면서도 더 복합적인 맛을 추구하는 지혜다.


감칠맛이 강하면 짠맛을 덜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신선한 식재료여서 핵산 성분이 많거나, 재료를 충분히 넣어 국물을 제대로 내면 소금을 덜 넣어도 맛이 좋다는 뜻이다. 물론 약간의 화학조미료가 대신할 수도 있다.


무미와의 대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짠맛 대신 신맛이나 단맛으로도 음식의 존재감을 살릴 수 있다. 시거나 달게 만들어 충분히 자극적인 음식에는 짠맛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딱히 감칠맛이나 단맛이 없는 야채를 이용한 초무침이나 샐러드 등이 그러하다. 당도가 높은 디저트류 음식에도 소금은 옵션으로만 쓰인다. 진한 단팥죽이나 단호박수프에도 적은 양의 소금이면 충분하다.

단맛으로 즐기는 음식에는 소금이 딱히 필요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단짠을 추구할 때는 오히려 반대다. 전체적으로 강한 맛의 밸런스가 맞아야 완성되기 때문에 저염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단짠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감칠맛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에 일정량의 소금이 필요하다.


소금이 재료에 어떻게 흡수되는지에 따라 조절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튀긴 감자처럼 기름 위에 뿌린 소금은 안쪽으로 바로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리기 쉽다. 소금을 녹이는 재료에 넣으면 일단 이온 상태로 바뀐 뒤, 확산하면서 골고루 퍼진다. 국물에 넣으면 수차례 휘젓기만 해도 골고루 퍼지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장애물인 고기의 속까지 간이 배도록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두께의 제곱에 비례해서 훨씬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콜라겐이나 지방 조직이 두꺼워 수분의 이동이 어려운 쪽은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두꺼운 고기의 염지는 수십 일에서 몇 달씩 걸리는 조리법이 많다. 생선은 고기보다 소금 확산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소금물 염지를 한다면 오히려 과다침투하지 않도록 시간에 주의해야 한다. 채소는 삼투압으로 세포벽이 무너지면 빈 공간으로 소금물이 확산될 수 있어 침투속도가 육류에 비해 빠르다.


온도에 따라 미각이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높은 온도에서 둔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은 온도로 맞춘 상태에서 간 맞추거나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미각은 둔해진다. 먹는 사람과 같이 배가 고픈 상태에서 간 보는 것이 정확하다.


간을 연속해서 여러 번 보면 점점 둔해지는 미각 순응 현상도 주의해야 한다. 두세 번 맛본 뒤에는 맹물로 헹구어서 혀의 영점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 후각은 미각보다도 더 빠르게 순응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단지 조리하는 냄새에 계속 노출된 것만으로도 마치 아무 향도 안 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간하기 쉽다. 신선한 공기를 쐬거나 본인의 살냄새를 맡아 기준을 초기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염도계를 써도, 늘 저울로 정확히 계량을 해도 틀릴 때가 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보통은 어디서 왜 틀렸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늘 계량과 간 보기를 병행하면 어느 날 둘 중 하나가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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