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도축되는 소 중 한우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 이제 '한국 소고기'하면 거의 한우를 뜻하게 되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고유의 소 품종이 있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대대적으로 소고기를 생산하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젖소인 홀스타인 이외의 단일 품종을 이렇게 많이 기르는 나라는 드물다. 소고기 선호 자체가 한국 음식 문화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자체 생산하는 특정 품종의 비율이 이토록 높고, 그 품종이 타 생산국과 달리 고유하다는 점은 한국 음식과 한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한국의 도축 기술에서 특기할 점은 부위에 대한 분할 방식과 명칭이 굉장히 자세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소고기 소비량이 훨씬 많은 서구 문화권과 비교할 때도 그 세밀함은 독보적이다. 현대 도축 시스템에서 세세한 분할과 명칭의 가장 큰 효용은 차별화된 가격 책정에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각 부위에 대한 차별화된 수요가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상을 설명하는 언어가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분류 체계가 정교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대중적인 수요로 뒷받침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미세한 맛의 차이를 구별하고 즐길 줄 아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식문화’를 향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통용되는 39가지 소분할 부위는 그 자체로도 세계에서 가장 상세한 체계인데, 심지어 여기에는 내장 부위에 붙는 수많은 명칭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훨씬 다양했던(120여 개) 과거의 부위 명칭을 혼선을 줄이기 위해 근대에 제도적으로 정비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이는 소고기 문화가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독자적이고 고도로 발달하였음을 강력히 방증한다.
흔히 ‘우리 조상들은 먹을 것이 없어 육식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한다. 혹은 이러한 세세한 명칭들이 가난했던 시절 고기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문화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부족했던 것은 근대 이전 대부분 사회의 공통점이었다. 또한, 부위별 지식이 없어도 배고픈 사람들이 큰 솥에 각종 부위를 가리지 않고 넣어 알뜰하게 삶아 먹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명칭의 다양성과 궁핍함은 인과관계가 약하다. 오히려 한 때 소고기가 꽤 풍족했고 다른 고기보다도 오로지 소고기를 즐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훨씬 합리적이다. 실제로 조선 중기 이후 소의 사육과 도축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적어도 이 시기에 소고기 문화가 함께 성장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고기 등급 판정 방식은 고품질 스테이크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영국, 미국, 일본을 통해 유입된 '마블링 중심'의 방식이다. 여기에는 쇠고기 수입 개방에 맞서 한우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서 고급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맥락이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구이 중심 문화는 촉진했지만, 굳이 기름이 필요하지 않은 조리법에 있어서는 변별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고기는 한국 음식의 대표적인 식재료로 활용되어 왔다. 고유 품종인 한우가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다양한 조리법과 세밀한 분할 체계를 전승해왔다. 한국 소고기 사육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사료의 원료인 곡물 수급이다. 충분한 사료의 자체 생산이 불가능해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내 축산업의 근본적인 리스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