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꼬막, 새꼬막, 피조개

남해 3

by 병우

서해의 갯벌이 탁 트인 평원 같은 모습이라면, 남해의 갯벌은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오밀조밀 들어앉은 형태다. 조수차도 적으니 상대적으로 갯벌의 면적 자체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들 덕에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게 퇴적물을 쌓아둔 특유의 갯벌들이 있어 남해 생태계에 다양성을 더한다.


참꼬막은 갯벌 상부에 살며 갯벌이 드러나는 많은 시간을 물 밖에서 지낸다. 서해 갯벌의 석화와 마찬가지로, 그 과정에서 성장은 느려지지만 고유의 맛은 강화된다. 얕은 갯벌에서는 사람이 직접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새꼬막은 조금 더 깊은,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곳에서 산다. 참꼬막보다 더 긴 시간 물속에서 먹이활동이 가능하니 성장속도가 빠르고, 배로 수확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원래는 토종 생물이었으나 간척 등 환경의 변화로 유생의 생존율이 낮아져 현재는 대부분 중국에서 종패(아주 작은 조개)를 수입해 키운다.


피조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가던 예전의 주요 서식지가 기능하지 못하여 새로운 지역에 수입 종패를 뿌려두고 양식한다. 꼬막들보다 깊은 곳에서 살며 성장속도가 가장 빠르다. 참꼬막은 상품이 되는데 3-4년이 걸리는데 새꼬막은 1-2년 만에 같은 크기가 되며, 피조개는 같은 1-2년 사이에 훨씬 큰 성체가 된다.


사는 깊이에 상관없이 피조개류가 공통으로 서식하는 곳은 ‘고운 진흙’이다. 잔잔한 상태를 유지하는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환경이며, 꼬막의 주요 산지가 몇 군데로 정해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흙바닥 주변은 영양분이 풍부하더라도 순환이 느리고 산소가 부족하다. 많은 생물들에게 유독환경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적응한 종들만이 살 수 있다.


피조개류의 피에는 일반 조개에는 없는 헤모글로빈이 있다(익기 전의 꼬막은 선명한 빨간색이다). 덕분에 산소의 활용 효율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이 된다. 결과적으로 남들이 기피하는 서식지를 텃밭으로 활용하며 살아온 셈이다.


피조개류의 또 다른 특징은 긴 수관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개는 수관 길이만큼만 깊이 숨어 살 수 있는데, 피조개류는 수관이 없으니 뻘의 표면에 얹힌 상태로 살아간다. 특유의 주름진 껍질은 진흙으로 위장해 물새의 눈을 피하고, 조류에 쓸리는 것을 방지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


한편, 수관 기능이 약하니 해감도 느리고 주름사이의 뻘 세척에도 손이 간다. 다행히 모래가 없는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씹었을 때 큰 문제가 되는 ‘돌’은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평소에 물이 오가는 입술 안쪽에 뻘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감에 전부 의존하지 않고 껍질을 연 뒤 다시 소금물이나 데친 물에 헹군다.


살 자체의 신선한 풍미와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푹 익히기보단 살짝 데쳐서 먹는 편이다. 데칠 때는 관자가 껍데기에서 떨어져 나오는 정도를 최소한의 조리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그런데 꼬막 껍데기는 주름으로 맞물려있어 익어도 잘 벌어지지 않는다.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경험적으로 적절한 온도와 시간을 알아두는 것이 정확한 조리에 도움이 된다.


7-8월 산란기에는 채취하지 않으며, 전후로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11-3월 사이를 가장 먹기 좋은 기간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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