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중에는 서식지별로 다르게 진화해 온 여러 가지 종이 있는데, 그중 동북아시아의 갯벌에 자리 잡은 것이 긴 다리를 가진 낙지다. 뻘 속 깊이 숨거나, 뻘 밑에 숨은 먹이를 꺼내는 데 가늘고 긴 팔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뻘낙지와 돌낙지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종이 다른 것은 아니다. 주변에 돌이 거의 없으면 간조 때 진흙 뻘 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주변에 돌이 있으면 굳이 그러지 않고 돌 밑에 붙어살게 된다. 아무래도 돌에 찰싹 달라붙어 시간을 보내려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뻘 속에 사는 것에 비해 좀 더 굵고 튼튼한 근육이 붙는 편이다.
낙지는 1년 만에 성체가 되어 산란하고 대부분 죽는다. 따라서 산란기 이후인 가을에는 대체로 어린것들만 있고 겨울이 지나가며 점차 커지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는 세발낙지라 불리고, 한창 자랄 때는 중낙지, 다 자라면 대낙지라 할 만한 크기가 된다.
중국에서 일본에 걸쳐 널리 서식하지만 보편적인 식재료로써의 위상은 한국에서 압도적이다. 일반 문어보다 낙지와 주꾸미를 훨씬 선호하는 점도 독특한 한국적 취향이다. 생으로 먹는 문화 또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산낙지는 계속 분비하는 점액질 때문에 세척에 공이 많이 들어가는 식재료다. 점액질은 뮤신이라는 단백질이 주변의 수분을 빨아들이며 만들어진다. 낙지는 이 점액질을 다용도로 이용하는데, 특히 위험을 느낄 때 윤활제로, 또는 물 밖에서 보습제로 사용한다. 손질하기 위해 꺼내놓은 낙지는 많은 점액을 분비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어렵지만 굳이 밀가루나 굵은소금을 이용해 문지르는 것은 이런 습성을 이용해 피부 밑에 모아놓은 뮤신을 고갈시키는 과정이다. 뮤신을 매우 소량만 분비하여도 점액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런 과감한 탈수와 자극을 주는 방법을 쓰지 않으면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특히 산낙지를 먹을 때 점액질이 계속 분비되면 식감이 유쾌하지 않다.
죽은 낙지는 자극을 받아도 점액을 분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익혀서 먹는 경우에는 뮤신도 변성되기 때문에 겉에 묻은 것만 잘 제거하면 된다. 하지만 물로만 헹구면 점액이 완전히 씻겨나가지 않아 오히려 수분을 머금은 상태가 유지되고, 가열하면 다른 식재료에 비해 물이 많이 흘러나와 음식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한 번 데쳐서 탈수시켜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