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목 넙치과 넙치속 넙치(광어)
좌광우도라 하여 우리는 눈의 위치로 광어를 알아보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좌우 어느 쪽이든 눈이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닥에 몸을 묻고 옆으로 누워 사는 특성상 아래를 볼 필요가 없으며, 위를 보는 눈으로 먹이나 포식자를 파악하고 주변의 지형을 살펴 보호색을 만들어내는 데 참고한다.
넙치를 구별하는 다른 중요한 차이는 입이다. 넙치과는 대체로 다른 물고기를 사냥하는 데 적합하도록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롭다. 왕성한 식욕으로 성장속도도 빠르고, 순간적인 힘을 잘 낼 수 있는 근육을 키우며 크게 자란다.
넙치류가 바다의 밑바닥에서는 거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보니 여러 종이 한 지역에 같이 살기 어렵다. 한반도 주변의 지배종은 광어로 사실상 한국 먹을거리로서의 넙치로는 유일하다. 예외적으로 수입어종인 찰광어 정도가 양식에 성공해 새로 진입하는 정도이다.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다른 어류와 달리, 납작한 이들이 헤엄칠 때는 양쪽으로 길게 연결된 지느러미에 크게 의존한다. 바닥에 숨을 땐 파르르 떨어 모래를 위로 덮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지느러미를 사용한다. 지느러미 전체가 관절 역할을 하니 콜라겐이 몰려있다. 에너지원인 지방도 작고 납작(저장 공간이 부족)하며 한쪽에 치우친(지방은 가벼우니 쌓이면 균형이 안 맞는다) 배보다는 양쪽 지느러미 주변 조직에 쌓아둔다. 광어의 지느러미살 같은 근육, 콜라겐, 지방의 조합은 해산물에서는 드문 편이다.
광어는 원래 잘 잡히지 않지만 수요가 많은 고급 어종이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양식산업을 육성하는 초기 단계부터 최우선 목표 어종 중 하나로 뽑혔는데, 막상 해보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양식에 적합했던 덕분에 현재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민 횟감이 되었다.
제주도와 완도에서 양식의 90%를 담당한다. 특히 제주도의 바닷가 지하수가 일 년 내내 광어가 좋아하는 온도를 유지해 주기 때문에 효율적인 생산이 이루어진다. 연중 비육이 잘 되어 자연산 또는 완도산 양식에 비해서도 부드럽고 기름진 특성이 있다. 성장할수록 맛은 좋아지지만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양식은 2년까지만 키우는 것이 시장의 타협선이다.
광어는 양식 의존도가 높지만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치어를 방류하기도 한다. 덕분에 자원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덜해 자연산이라 하여도 금어기가 없다. 오히려 봄에 산란을 위해 서해안 연안에 몰려들 때에는 너무 많이 잡혀 가격이 꽤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산란기 광어는 맛이 안 좋아 횟감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때의 자연산 광어를 양식과 비교하면 대부분 후자를 선호한다.
이에 비해 겨울의 대광어는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먼바다 바닥에 숨어 살기 때문에 잡기가 어렵지만 워낙 살과 지방이 꽉 차 있어 맛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자연산 광어의 절반 이상은 매년 방류한 엄청난 치어들 중 소수가 5-10년간 살아남아 잡히는 것인데, 어민들에게는 그 경제 효과가 몇 배로 돌아오는 성공적인 사업이라 한다.
가자미들
가자미과에 속한 것들은 입이 작지만 튼튼하다. 주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갑각류, 조개, 갯지렁이를 먹는데 특화되어 있다. 운동량과 먹이의 영향인지 광어에 비해 근육이 크고 단단하진 않지만 살의 단맛과 감칠맛은 풍부한 경향이 있다.
우리 주변의 넙치는 광어 하나에 집중된 데 비해 가자미는 그 종류가 꽤 많다. 소매시장에서는 보통 알배기, 반건조처럼 용도에 따라 나뉘어 있을 뿐이어서 그 품종까지는 잘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여러 방언이 쓰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다양한 수입산 가자미까지 섞여 있어 실제로는 십여 개 이상의 품종과 더 많은 이름들이 가자미라는 상품으로 돌아다닌다. 구별의 명료함이 아직 시장에서 요구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요한 종 몇 가지 정도는 좀 더 자세히 알아두어도 나쁘지 않다.
납작한 물고기들은 평소에 떼로 몰려다니지 않는다. 같이 있어 봐야 먹이경쟁관계에 놓이고 천적에게 발각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도 산란기가 되면 치어가 성장하기 좋은 연안으로 몰려드는데, 보통 이 시기가 조업의 중심이다. 깊은 바다에서 월동할 때에는 모여사는 경우도 있는데, 일부 가자미들은 이런 때 저인망 방식으로 대량 포획한다. 덕분에 연중 대부분 꽤 넉넉하게 공급되는 어종에 속한다.
동해안에서는 이런 생태에 맞춘 조업이 한동안 지속되어 왔는데 기름가자미, 용가자미, 참가자미가 순서대로 가장 많이 잡힌다. 사는 지역과 수온, 번식기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다 묶어놓고 보면 1월부터 6월에 걸쳐 꾸준히 알배기 가자미가 공급된다. 금어기는 없지만 대부분 20cm 이하의 것은 놔주어야 하는 금지체장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전의 17cm에서 늘어난 것이라 예전보다 작은 가자미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들에 비하면 개체수는 적지만 더 잘 알려진 것이 문치가자미다. 문치가자미는 시장언어로 도다리라 부르는데(학술용어로는 별도의 도다리가 또 있다) ‘봄 도다리’라 하면 이것을 말한다. 가자미 중 유일하게 12-1월 금어기가 지정되어 있는데, 이른 봄은 산란을 마치고 막 영양보충을 시작하는 정도의 단계이다. 하지만 인기 어종의 금어기가 모처럼 풀렸고 아직 깊은 바다로 돌아가기 전이라 쉽게 많이 잡힌다. 봄이 가장 맛있는 시기라기보다는 접근성 중심의 여러 이유가 쌓여 브랜딩 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가자미는 광어보다 성장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상품성이 좋을 때는 깊은 곳에 살 때인데, 저인망으로 긁어 잡으면 횟감으로는 쓰기 어려워 주낙 등 섬세한 방법이 쓰인다. 그래서 크고 상품성이 좋은 것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줄가자미, 범가자미 등의 횟감은 굉장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서대와 박대
서대와 박대를 포함하는 참서대과는 아예 입 한쪽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 그 모양이 빨판처럼 생겼는데, 뻘 속에서 부드러운 것들을 골라 흡입하는 용도이다. 힘 들어가는 턱이 필요 없으니 머리의 골격도 작은 편이다.
한편 꼬리지느러미가 따로 없이 마치 장어처럼 전신을 웨이브 하는 방식으로 헤엄치는데,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콜라겐 조직의 비율이 매우 높다.
서대류의 또 다른 특징은 내장이 차지하는 면적이 굉장히 작다는 점이다. 머리 바로 아래만 손질하면 끝날 정도여서 수율이 높다. 내장에 닿는 부위가 적으니 부패의 위험이 덜하며 납작하여 표면적도 넓으니 반건조에 최적이다.
가자미 조업은 동해를 중심으로 한다면 서대와 박대는 남서 해안이 주요 어장이다. 뻘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가장 유명한 생산지도 서대하면 여수, 박대하면 군산일 정도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있다.
서대는 현지에서는 횟감으로도 많이 소비되지만 생물 유통이 어려워 타지방에서는 반건조 상품을 중심으로 유통된다. 박대는 대부분 구이용으로 반건조한다.
최근에는 수요가 늘어나 서아프리카산 서대, 박대를 군산 등에서 가공한 것의 비중이 높다. 냉동상태의 원물을 해동 후 재가공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국내산보다 크고 살이 많아 가성비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