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천천히 가게 하는 방법

연재칼럼-11

by 오숙하

어느새 3월 중순이다. 새해가 되고 2026이라는 숫자가 낯설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이제는 2026이라는 숫자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여차저차하다 보면 어느새 12월이 되고 2027년이 되겠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어린 시절과는 달리, 나이가 들수록 반복되는 일상이 주가 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일이 적어져서 그렇다는 설도 있고, 단순히 기억력이 감퇴되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나도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느끼는데

아주 가끔씩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체험하는 순간들이 있다. 생각해 보니 대충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 경우는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는 경우이다. 계획한 여행의 출발일, 특별한 기념일이나 휴가 날짜는 참으로 더디게 찾아온다. 그렇다는 것은 기대하는 일들을 캘린더의 곳곳에 포진시켜 놓으면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경험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일단 4주 후의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그전에 뭔가 이벤트를 만들어 봐야겠다. 두 번째 종류는 시간을 정해서 다소 괴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되도록 매일 30분을 뛰려고 하는데 매 번 참 길게만 느껴진다. 한 참 뛴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몇 분 밖에 안 지나있는 경험을 수 없이 한다. 요즘 매일 1분 매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방 문틀 사이에 설치해 놓은 풀업바에 배달려서 1분을 버티는 동안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간다. 플랭크를 할 때도 그렇고,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30초 동안에도 1초 1초가 참으로 더디게 간다. 피검사나 다이어트를 위해서 24시간 단식을 하는 경우는 한 시간 한 시간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흘러서 하루가 이렇게 길었나 싶다. 먹는 시간과 음식을 조리하고 설거지하는 시간이 없어지니 그만큼 여유 시간이 더 생겨서 일 수도 있다. 사실 단식을 하는 방법이 시간을 느리게 체험하는데 가장 쉽고, 또 건강에도 좋지만 너무도 괴롭다는 단점이 치명적이다. 요즘 들어서 습관적으로, 또는 루틴이랍시고,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 참 많은데, 장점도 물론 있지만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게 하는 단점도 느끼고 있다. 정석적으로는 행동 하나하나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매 순간 오감을 사용해서 민감하게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시간의 흐름과 정직히 마주하는 방식이겠지만, 매일 매 순간을 그렇게 살다가는 에너지 소비가 너무 많을 것 같다. 철마다 기대되는 일을 만들고, 가끔 단식과 힘든 운동을 해주고, 하루 종일은 아니더라도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는 내가 지금 뭘, 왜, 어떻게 하는지 의식하며 살아보면,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의 뒷모습이라도 쫓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실험해 볼 가설들이 하나씩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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