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12
과한 애정과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들이 자라면 독립심이 부족하기도 하고, 연인에게 정성을 쏟아 헌신을 했더니 헌신짝처럼 배신당한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뭐든 과도하게 하는 것은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내가 키우는 화분들 중에, 특별히 관심을 주지 못했는데도 푸릇푸릇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잎사귀가 동그래서 '동글'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몇 개의 화분들이 시들시들하다가 작별을 고했던 수년 동안, 기특하게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던 동글이가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동글이가 특별하게 느껴져서 나의 '최애'화분이 되었고, 매일같이 물을 주며 잎사귀도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던게 최근에 점점 동글이의 잎사귀들이 검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가지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성해서 화분밑이 전혀 보이지 않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게, 대부분의 가지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단 두 개의 가지만 간신히 살아남고 말았다. 이 두 가지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전보다 더 예뻐해 준 잘못밖에 없는데 매일 물도 주고... 아! 매일 물을 줘서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차라리 내 관심을 받지 못하고 며칠에 한 번씩 물맛을 보았던 그때가 건강했었는데, 나의 과도한 애정에 병들어버리고 말았다. 동글이를 회생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동글이 이외에도 내가 과하게 애정을 쏟고 있는 대상들이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큰 애정은 그에 상응하는 기대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내가 감정적으로, 시간적으로 일정선 이상 내어주고 있는 대상이 몇 가지 떠올랐다. 그리고 반대로 나에게 부담스러운 애정을 쏟고 있는것 같은 사람들이 몇 떠올랐다. 친절과 관심이 감사해서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이려고 하지만 점점 지쳐가고, 슬슬 피하고 싶어진다. 차라리 호의를 조금 덜 보여줬더라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의 일방적인 호의에 반응만 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애정의 대상은 언젠가는 날 떠나기 마련이다.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어도 참고, 더 줄 수 있을 때도 덜어내자. 너무 많이 좋아하지 않아야, 그 대상이 사라졌을 때 덜 아플 테니까. 그리고 그 상대도 덜 숨 막힐 테니까. 미안했다, 동글아.
P.S. 단 한개의 가지만 남은 동글이는 오늘 심폐소생을 위해 본가에 보내지게 되었다. 제발 다시 살아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