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피하는 방법

연재칼럼-16

by 오숙하

'우리의 모든 불행은 방에 꼼짝 않고 앉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라는 파스칼이 남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전구가 켜진 느낌이 들었다. 영어로는 'All of humanity's problems stem from man's inability to sit quietly in a room alone'인데, 방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있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이 구절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많은 불행이 지루함, 외로움, 불안함, 삶의 중요한 문제를 직면하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으로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죽음이라는 문제, 또 머릿속 전반적인 생각들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것들을 잊기 위해 세상의 즐거움, 야망, 바쁜 일정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image.png 나노 바나나가 그려준 어렸을 때 내 모습


내가 이 말을 듣고 떠올린 장면은, 방 안에서 혼자 일기를 끄적이고 있는 어릴 적 나의 모습이었다. 혼자 방을 쓰게 된 것이 5학년 때부터였나? 저녁이면 은은한 조명을 켜고 예쁜 일기장에 고운 색의 펜으로 일기를 쓰던 그 시절의 나는 참 행복했던 것 같다. 늘 싸우던 동생과 같은 방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서 오는 자유함과 저녁 시간의 고요함을 배경으로 사각사각 펜을 종이에 힘주어 누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 생각을 적어 나갔다. 아마도 좋아하는 남자애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 싸운 이야기, 질투했던 여자애 이야기 등 별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그 당시의 내 머릿속을 메우던 생각들을 종이 위에 다 쏟아놓았던 그 시절의 내 삶은 확실히 더 단단하고 행복했던 것 같다. 물론 부모의 보호 아래에 있는 어린아이의 삶과, 삶의 무게를 매일 느끼며 살아가는 성인의 삶을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하지만, 난 혼자 방에서 내 생각과 마주하는 작업을 해 본 적이 있고, 지금도 할 수 있으니, 파스칼의 말대로라면, 모든 불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불행을 자초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루 중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은 자기 전이나, 아주 가끔 일찍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서 일기를 쓰거나, 필사를 하는 등, 글을 끄적이는 시간이다. 흰 종이와 잘 나오는 펜만 있다면 (펜이 잘 안 나오면 정말 괴롭다) 몇 시간이고 혼자 시간을 보낼 자신이 있다. 내 생각을 쏟아내서 정리하고, 내 욕망들을 나열하면서 분석해서 공통분모를 찾아보는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나만의 유희이다. 가만 보니, 파스칼의 말의 뜻이 혹시 혼자 잘 노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인가? 혼자 못 노는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추구하면서 많은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니말이다. 그의 말은 또, 사색하는 능력이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그 사색하는 능력은 오랜 시간 홀로 지내야만 생긴다는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파스칼의 말이 사실인지는 내가 직접 실험해 보고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 과연 사색과 불행이 반비례할 것인가? 올해는 내 안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시간을 매일 확보하며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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