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17
나의 오래된 자전거가 또 고장 났다. 지난주 퇴근길에 내리막길을 달리는데 브레이크가 안 잡혀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잔고장이 생겨서 계속 고치고 있는데, 이제까지 자전거의 원래 가격만큼의 수리 비용이 들어간 것 같다. 12년 넘게 애착을 가지고 타던 자전거라 쉽사리 새 걸로 교체할 수가 없었고, 마땅히 사고 싶은 자전거도 보이지 않았기에 조금씩 손을 보면서 버티고 있었다. 고쳐서 타면서도, 언젠가는 새 자전거를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이중적인 마음이 교차하는 상태로 몇 년을 보냈다. 그러다가 지난주 또 브레이크가 말썽이 난 것이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 침착하게 대처하긴 했는데, 내 마음에서 인내의 실타래가 탁, 하고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까지 구나. 더 이상 고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사실, 브레이크만 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접이식 자전거인데 언제부터인가 이음새가 벌어져서 비포장 길을 달릴 때마다 심하게 떨려서 착좌감이 상당이 좋지 않기도 했다. 언젠가 동생 자전거를 빌려 탔는데, 새 자전거의 안정된 느낌이 낯설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새 자전거를 사면 될 일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드는 자전거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여러 번 검색을 해서 매장이 있는 자전거 전문점과 사고 싶은 가격대 및 모델을 몇 가지로 추려봤지만 이거다 싶은 그 한 대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찾고 그에 맞게 예산을 늘려볼까? 그렇게 하려면 당분간 저축을 해야 한다. 일단 자전거 대신 걸어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가 걸어서는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시간은 더 오래 걸리지만, 평소에 걸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걸어서 출근하는 길은 상쾌하게 느껴지고, 퇴근하는 길은 기분 좋게 발걸음이 옮겨진다. 며칠 걷다 보니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쭉 걸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도 한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것인데, 습관이 된다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자전거가 고장 났으니 당연히 새 자전거를 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있었다. 당분간 자전거가 없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