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득 May 08. 2022

글쓰기란

글쓰기에는 대체의 쾌락과, 자기 자신을 견뎌내는 구원의 손길이 깃들어있다.

     

대체의 쾌락은 진부한 언어에 반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매번 사용하던 언어에서 벗어나 다르게 표현할 때 신선함을 느낀다. 익숙한 일상어가 모여 낯섦을 창조하면 그 시적 언어는 확장된 폭과 두께를 갖게 된다. 더하여, 대체의 즐거움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 글쓰기를 습관의 궤도에 올려놓기도 한다.

     

자기 글의 독자가 되는 것,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것, 글과 삶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 화해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구원의 글쓰기다. 유치한 변명에서부터 일상의 전복을 꾀하는 장엄한 계획까지. 그 많은 시도들은 '글쓰기'를 거치며 구체화되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글쓰기는 독자의 관심을 전제로 한다. 이 점에 기대어 혹자는, 글쓰기란 다른 그 무엇과도 구분되는 '고상한 드러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고결한 표현이고 다른 것들은 속된 것인가? 펜을 잡으면 성스럽고, 폰을 집으면 상스럽나? 나의 삐딱한 해석일 수도 있으나, 조만간 그 덧없고 허구성 짙은 분별에 대해 끄적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내용이 부실한 글은 문학적 기교와 과장된 표현으로 그 공허를 채우려 한다. 그러나 글재간조차 나의 것이 아니다. 생각의 범람과 그에 따른 굴절만이 나의 문체일 뿐, 나머지는 어디선가 훔쳐온, 빛바랜 표현들이다. 퇴고까지 부족하다면 특히 야단스럽다. 그렇기에 문장은 서툴고 결론은 성급한 것이다.

     

이러한,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단편을 끄적이다 보면 글의 방향성이 변하고 어수선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와 같은 의식의 굴절은 이 글에서도 여과 없이 나타난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 원칙도 지키지 못하는 나의 글은 내 머릿속만큼 무질서하다. 문장끼리의 연결성은 부족하고 문단끼리의 간격은 아득한 이유다.

          

그럼에도 바깥을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싶지 않기에 끄적인다. 그것이 지리멸렬에 빠진 글쓰기일지라도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