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무성히 자란 잡초를 정리하기 위해 산소를 찾았다.
정읍을 알려나?
모르겠지.
풀냄새 풍기는 구석진 시골을 어찌 알겠나.
정읍 어딘가에 시골집이 있다.
그 집 비워진 지 십 년 정도 되었다.
먼저 가 계신 그곳은 어떤지.
훌쩍 커버린 나를 알아보실 수는 있을지.
아버지가 들었던, 할머니께서 살아생전 하셨던 말씀을, 언젠가 내게 전해주셨던 적이 있었다.
정리하자면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인생 짧으니, 재밌게 살다가 가라고.
'재밌게 살다' 가는 것의 팔 할은 청춘일 때 확보해야 하나?
그렇다면 애석한 일일 텐데.
인생 짧다고 말씀하신 할머니의 굽은 허리를 떠올려본다.
그 위에 자식 몇 명.
그 위에 손주 몇 명.
무겁진 않으셨을까.
/
산소로 향하는 길이 자취를 감췄다.
원래 길이 있던 곳은 이름 모를 온갖 식물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인간의 갑옷, 우리의 자동차는 그 길을 뚫고 지나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벌레의 습격이 있었다.
그들에겐 인간의 공습이었으려나.
긴팔, 긴바지, 방충 모자, 장갑으로 중무장하고 큼지막한 양손 가위를 싹둑거리며 잡초를 상대했다.
잡풀들도 나름의 이름이 있을 터인데.
그러나 공허한 외침일 뿐.
책상물림으로서는 농사를 돕지도, 잡초를 사랑하지도 못한다.
힘쓰는 일도 잘 해내기 어렵다.
엄지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고, 더위를 먹었는지 어지러웠다.
그럼에도 지금의 힘듦보다 먹고 살 걱정이 앞섰다.
"농사는 무리인가..."
그나마 가위질에 몰입하니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시끄럽던 머릿속도 잠잠해졌다.
고요가 반가웠다.
벌초를 마치고 다시 갑옷을 둘렀다.
자연의 흔적을 잔뜩 묻힌 타이어가 굴러갔다.
/
소주.
소주를 못 따라드리고 왔다.
아, 저쪽 세계는 술이 필요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