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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Sep 05. 2022

이 세상이 종이접기라면...

색종이에서 손을 뗀 게 언제였더라?

8살? 9살?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색종이는 인사도 없이 찾아왔다가 기척도 없이 떠나갔다.


텍스트와 눈싸움하던 어느 날. 종이접기를 다시 만났다.

종이접기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길래 눈싸움이 지루하던 참에 잘 됐다 싶어, 색종이를 사 왔다.



일찍이 나는 손재주가 없음을 알았다. 미술 시간만 되면 뭔가를 만들고 그렸는데 형편없는 조물주의 손길 아래 탄생한 작품 또한 형편없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 하여, 예술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그러나 한 줄기의 빛이 어둠을 가르는 법. 종이접기는 나의 빛.


/


'철학을 배우지 말고 철학함을 배우라'고 칸트가 말했던가. '철학함'이 무엇이냐고?

다시 칸트에게로.

"철학함을 배운다는 것은 자기 이성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음을 배운다는 것이다."


예술, 그리고 예술함.

종이접기의 기원, 방법을 배우는 것은 예술.

종이접기를 통해 몰입, 어린이 되기, 상상력을 배우는 것은 예술함.


어린이 되기.

굴러가는 공만 봐도 꺄르르 웃던 시절.

노는 것에 열중하여 현실의 시공간을 잊던 시절.

궁금한 게 많아 이것저것 만지고 이쪽저쪽 기웃거리던 시절.


어린이가 되고 싶은 이에게, 종이접기를.

예술보다는 예술함을 배울 수 있기를.

그리하여 나도 어린이가 될 수 있길...




주위를 둘러보라. 종이접기는 곳곳에 있다.

노트북, 폴더블폰, 접는 의자, 접는 책상에서 종이접기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의 천진난만함이 그리울 땐 머릿속의 스위치를 내리고 종이를 접어보자.

접기의 세계에는 오로지 접기, 펼치기, 그리고 다시 접기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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