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득 Sep 11. 2022

배고픔, 혹은 외로움에 대하여

유일한 돈줄이었던 정어리 공장이 몰락한 어느 마을. 그곳에 사는 과학자의 이름은 플린트. 

그는 오늘도 발명에 열중이다. 

원숭이 생각 번역기부터 들쥐새, 다리 달린 TV까지. 어느 것 하나 멀쩡한 게 없다.

그렇기에 그는, 과학자라기보다는 괴짜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괴짜로서의 생명력을 다해가던 플린트는 물을 음식으로 만드는 기계를 발명하게 된다. 

괴짜에겐 바람 잘 날 없는 법. 그는 또 사고를 친다. 과도한 전력을 받은 기계가 하늘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피클과 치즈 조각이 떨어진다. 바로 하늘 위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하늘에서는 치즈 버거가 떨어지고 있다...


오늘 날씨는, 흐리고 때때로 미트볼이 내립니다. 접시를 준비하시길...




비록 이 땅에 음식이 떨어지진 않지만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배곯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 음식이란, 배고파 먹는 것이 아닌 무료함이나 심심함을 달래주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오락거리로서의 음식은 정서적 허기를 채우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도구. 


군것질이 정서적 허기와 무슨 상관이냐고?

소화기관 내벽도 피부와 비슷해서, 음식이 들어오게 되면 소화기관 내벽에 마사지 효과가 나타난다.

이때 '관계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그리하여, 엄마 품속에 안겨있던 갓난아기 시절의 포근한 정서가 재현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또는 외로움에 의한 정서적 허기. 즉, 가짜 허기를 음식으로 달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따뜻한 온기를 먹을거리로부터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체중만 늘어날 뿐. 나아지는 것은 없다.


배고픔보다 정서적 허기를 더 두려워하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인가?

요즘 음식 섭취량이 늘어났던데, 혹시 나도?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다이어트가 불가능하리라.

가짜 허기를 이겨내는 것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렇기에 음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세계는 텍스트와 스크린 안에서만 존재하기를...




작가의 이전글 이 세상이 종이접기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