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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전히 Feb 23. 2022

무례한 관심

  리드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낯선이라도 말 걸 수 있다는 표식이 되는 건지, 혼자 있을 때보다 막내와 함께 있을 때 유난히 말을 걸어왔다. 나는 나만의 울타리에 사는 걸 즐기는 사람으로서 돌발적인 대화 요청이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엄연한 사회인으로서 사회와 단절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대화요청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마무리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리라.


 대게는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씩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쁘다, 잘생겼다, 여자냐, 남자냐... 이런 사소하고 직관적인 단어들. 이런 물음엔 답하기가 쉬웠다. 네, 감사합니다. 아, 여자예요.

 좀 더 까다로운 질문은 꼬리에 관련된 것들이랄까. 꼬리가 왜 없냐, 언제부터 없었냐, 자른 거냐. 내가 어찌 아리요. 우리가 입양할 때부터 없었습니다. 원래 없었는지, 누구한테 잘렸는지 저희도 몰라요. 우리도 알고 싶습니다. 아주 속상하다고요. 라고 말을 하고 싶었으나, 이런 질문에도 그러게요,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이 정도까지만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테지. 나를 아주 못된 보호자로 만드는 그런 질문들이 있다. 바로 살에 관한 것. 지나가다 한마디 툭 던지는 뚱뚱하다 정도는 괜찮았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으니까. 나를 굳이 불러 세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산책은 잘 시키는지, 간식은 너무 많이 주는 것은 아닌지. 관리가 제대로 된 상태인 건지. 후, 하루 두 번 산책 나가고요. 아주 적정체중이랍니다. 그러나 말해서 뭐하리.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원래 그렇다고. 원래 꼬리 없었고, 원래 그냥 이런 아이였다고.


 막내와 산책을 하며 내가 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편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울타리를 넓히려 할 때마다 관심을 가장한 무례함이 나를 덮쳐왔다.

 무례한 관심은 오지랖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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