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의 어느 날,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기 위해 파리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꼬박 3개월을 짐에 대해 고민했다.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가. 무엇이 욕심인가. 무엇을 두고 갈 수 있나. 얼마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고 그 길을 걸을 것인가. 수없이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고 그렇게 완성된 나의 가방은 4.3 kg이 되었다.
준비는 되었다.
준비가 ‘끝났다’고 쓰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계속해서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어 시원하게 마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가방을 메고 인천공항에 가는 길. 여전히 이 짐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파리로 비행기 14시간. 에펠탑을 직접 다시 보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9년 만에 다시 방문한 파리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친절했다. 1인용 공중화장실이 열리지 않자 프랑스인이 도와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몇 번의 시도에도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녀는 ‘Welcome to France‘라는 자조적인 인사를 남기고 다시 길을 떠났다. 공중화장실이 안 열리면 어떠랴. 환영한다는데.
다시 바욘으로 야간 버스 10시간, 바욘에서 생장으로 기차 1시간. 꼬박 3일이 걸려 생장에 도착했다.
생장에서 순례자를 반겨주던 첫 가리비가 보였다. 55번 알베르게에 가방을 놓고 순례자 여권을 만들었다.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있어 먼 타지에서 모국어로 안내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을까.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이제 진짜 시작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