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걷는 우리

2025.07.14

by 여전히

승부욕이 있는 편이나 게임은 못한다. 그래서 대결하는 게임은 잘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술자리에서 제일 싫어했던 순간 중 하나가 술게임을 할 때였다. 항상 나만 걸리는 것 같은 느낌.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못해지는 기분. 무척이나 억울했던 것 같다.

이 길을 처음 걸을 때는 나를 앞질러간 사람들을 보며 승부욕이 생기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난 그들보다 다리가 짧았다. 따라잡으려 했다간 다리에 쥐가 났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먼저 보냈다. 그저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리라 마음으로는 생각하지만 괜스레 짜증 났다. 그러기를 10일 차.

론세스바에스에서 만났던 대만 부자를 9일 만에 다시 마주쳤다. 9일 동안 그들과 나는 같은 길을 걸었지만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 중간에 나보다 더 빨리 갔을 수도, 나보다 더 느리게 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길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맞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아주 공평하게 한 곳을 향해 걷고 있다. 느리게 간들, 빠르게 간들 무슨 소용이겠나.

이제 누가 나를 앞질러간다 해도 괜찮다. 우리는 만남의 짧은 순간을 공유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일 테니까.


<오늘의 기록>

이동 도시 santo domingo de la calzada 5:31-> Belorado 12:45

거리 24.9km

걸음 41.485

내일도 부엔까미노.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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