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배워가는 감사

2025.07.18

by 여전히

34km를 걸어와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알베르게로 향했다. 출국 전, 론세스바에스와 수비리의 알베르게를 예약한 것 말고는 걸으면서 미리 예약한 적은 없었다. 공립 위주로 다녔으니 예약을 할 수도 없었고 사립을 가려는 날도 순례자가 적으니 언제나 내 침대가 없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프로미스타의 무니시팔은 굉장히 평이 좋지 않았다. 우선 공립인데 15유로나 했으며 침대시트를 추가로 1.5유로나 더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하룻밤에 16.5유로나 내야 한다. 그렇다고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란다. 주방도 없으며 전체적으로 청소도 안되어있고 콘센트도 너무 부족하다는 평이 난무했다.

저런 평을 보고는 가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좋은 가격에 좋은 시설을 갖춘 사립알베르게가 있어서 프로미스타에 들어서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순례길 13일 만에 처음으로 만석을 마주했다.

이런. 너무 준비성 없이 다녔던 건가.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알베르게 앞에서 멍하니 있자 어느 아저씨가 다른 알베르게를 추천해 주었다. 바로 구글에 들어가서 그 알베르게를 검색해 보았다. 침대시트를 주지도 않고 팔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때 생각난 무니시팔 알베르게. 여긴 적어도 시트는 판다고 했으니 추천해 주신데 보단 낫겠지. 무거운 걸음으로 무니시팔로 향했다.

뭐지? 왜 아무도 없지?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첫 순례자로 체크인을 했다. 가격은 리뷰와 똑같았으나 청소도 아주 잘되어 있었고 호스트도 친절했다. 오후 6시가 되도록 체크인을 한 인원은 모두 6명이었다. 12인실을 6명이 사용하자 여유로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 콘센트가 부족하긴 했으나 오늘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 더 실감했다.

<오늘의 기록>

이동 도시 hontanas 4:03 -> promista 13:47

거리 35km

걸음 54.639

내일도 부엔까미노.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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