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협상에서 대표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는, Term Sheet를 받는 순간부터 협상의 방향을 ‘대립 구도’로 설정하는 것이다. 특정 조항을 삭제하거나 전면 거부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협상력을 빠르게 소진시키고 이후 논의를 경직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효과적인 협상은 조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재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투자자가 제시하는 대부분의 조항은, 단순히 대표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투자금 보호라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다. 대표가 이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조항을 거부하면, 투자자는 방어적으로 변하고 협상은 쉽게 교착 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협상의 출발점은, 각 조항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보호 장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한 상태에서 접근해야만, 대표는 조항의 형태와 범위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예를들어, 필자가 Term Sheet을 회사에 제안했을 때는 투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Down Protection을 항상 고민하게 된다. 물론 VC, AC 등 초기 모험자본의 경우 해당 유인이 낮을 수 있으나, Series B이상의 Scale Up 단계에서의 투자금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항상 Down Protection을 고민한다.
리픽싱 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대표는 이 조항이 발동되는 조건과 범위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협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기적인 시장 침체나 일시적 실적 부진까지 모두 Down Round로 간주하는 구조는 회사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
이 경우 대표는 리픽싱 발동 사유를 회사 내부 의사결정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사건으로 한정하거나, 조정 폭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다. 사업계획 달성율을 기준으로 Refixing 조항을 포함시키게 되면, 기업 내부적인 이슈외에 다양한 변수에 따라 사업계획 달성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내부통제 가능한 이슈로 Refixing 조건을 제한하는 것이 유리하다.
의결권 보호 조항은 회사의 핵심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명분을 갖는다. 그러나 보호 대상의 범위가 어디까지 설정되느냐에 따라, 이 조항은 대표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
대표는 일상적인 경영 판단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구분하고,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한 안건을 정관 변경, 대규모 자산 처분, 지배 구조 변경 등 핵심 사안으로 한정해야 한다. 보통 특정 금액 이상의 투자, 차입 등이 필요한 경우 사전 동의를 구하는 조항 등이 있으며, 이런 조항 들이 경영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영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
Drag-along과 Tag-along 조항은 Exit 시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조항이 어떤 조건에서 발동되는지에 따라, 매각의 주도권은 대표가 아닌 투자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
대표는 Exit 조항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발동 요건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지분율 이상의 주주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Drag-along이 발동되도록 하거나, Tag-along의 적용 대상을 특정 투자자 그룹으로 한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투자 협상에서 진짜 목표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투자자 모두가 감내할 수 있는 구조적 균형을 설계하는 데 있다. 이 균형이 확보되는 순간, 대표는 불필요한 충돌 없이도 협상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Series A 단계에서 대표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유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